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21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젠더 감수성과 문화적 변화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최현미 문화부 부장

요즘 최고 화제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하남 신드롬’과 ‘스타 앓이’를 낳고 있지만, 이와 함께 한국에선 흔치 않은 여성 시각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드라마는 30대 여성 직장인의 일상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직장 내 성희롱과 여성 차별을 담아내고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 문제도 보여준다. 이제까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직장인 서사라면 회사 상사인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도움으로 커리어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신데렐라 원형’의 반복이었다.

또 아무리 거절해도 포기하지 않는 남성, 여성을 벽에 밀어붙이고 강압적으로 키스하는 것은 남성적인 사랑의 클리셰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오랜 한국 로맨스 드라마의 흐름에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정확하게 거절하고 정당하게 항의하는 여성으로 각성해나가는 과정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화제의 드라마 ‘라이브’는 얼마 전 성폭력 피해자가 제대로 분노하지 않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딸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자, 아빠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다. “착하고 안 착하고는 아무 문제가 안 돼. 이해받을 수도 없고. 그건 범죄야.” 이 두 드라마는 여러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은 명 PD와 노련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시대를 앞서간 뛰어난 개인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젠더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가 3개월을 맞는다. 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 정치인 안희정을 거치며 광풍처럼 몰아쳤던 미투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사건들에 묻히면서 뉴스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법적 절차는 진행 중이며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지만,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자던 초기의 바람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사회 전반의 젠더 감수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젠더 감수성’에서 감수성(sensitization)은 ‘예민하게 감각’하는 것으로, 기존 방식대로 일상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의도적으로 감각을 증폭시켜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인지하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실제로 예민해진 젠더 감수성은 문화 콘텐츠 전반을 바꿔나가고 있다. 여성주의 드라마가 나오고, 페미니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연극의 마초 캐릭터가 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예민해진 젠더 감수성이 최근 문화 콘텐츠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는 페미니즘 이론서, 젠더 문학처럼 여성주의를 직접 다룬 콘텐츠들이 나온 1단계였다면, 이제는 모든 분야에 공기처럼 스며드는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문학계에서 이광수, 김동인에서 출발하는 한국 근대문학도 젠더 감수성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도, 사회도 한번 예민해진 감각을 더 벼리기를, 그래서 이 감수성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ch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오늘부터 동거합니다”…‘불문율’ 깨진 아이돌 사생활
▶ “박항서, 사랑해요” 아시안컵 8강 진출에 베트남 또 ‘열광..
▶ 자우림 이선규, 육중완에 일침…“다른 밴드 친분만 보지 ..
▶ 돈·권력·섹스 얽힌 ‘리얼 드라마’ 20대 여주인공 ‘항복’
▶ “너무 억울합니다”…5천만원 포드 차량 부순 차주의 사연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현역 잇단 결혼·아이돌 출신 동거 발표…커플 사진도 당당히 공개 일부 팬 시선 달라졌지만…기획사는 “인기 타격은 여전한 현실” “저희..
mark“너무 억울합니다”…5천만원 포드 차량 부순 차주의 사연
mark“김정은 정치자금 최대 5조원…대북제재로 고갈 시작”
전명규 긴급 기자회견 “성폭력 사건, 알지 못했다”
‘심석희 고향 강릉 시민 뿔났다’…“가해자 엄중 처벌..
목포 등록문화재 7채 ‘손바뀜’ 있었다
line
special news 자우림 이선규, 육중완에 일침…“다른 밴드 친분..
밴드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48)가 가수 육중완(39)의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18일 페이스북에 “다..

line
국방부 “공대지미사일 독자개발”…KF-X사업 지연..
“박항서, 사랑해요” 아시안컵 8강 진출에 베트남 또..
日방위성 “‘레이더 갈등’, 韓과 협의 중단…방위협력..
photo_news
현빈·손예진 “美서 만난것 사실…열애는 아냐..
photo_news
‘알함브라’ 이시원 “서울대 출신? 또다른 나일..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파격적 매화’ 그린 우봉… 추사 등과 조선후기 르네상스 견인
[인터넷 유머]
mark정치인의 필수품 mark장수와 건강의 비결
topnew_title
number 세종대로 왕복 6차선으로 축소… 광장 3.7배..
경찰 “‘버스 흉기난동’ 문자신고 40자 넘어 접..
‘재판청탁 의혹’ 서영교, 여전히 국회 윤리특..
1000만 관객 노린 ‘보헤미안…’ 1+1 무리수
돈·권력·섹스 얽힌 ‘리얼 드라마’ 20대 여주인..
hot_photo
브래드 피트♡샤를리즈 테런…톱..
hot_photo
1600만팬 거느린 ‘세상에서 가장..
hot_photo
이나영 ‘여전한 바비인형 몸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