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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동갑내기’ 한국과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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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無에서 小强國 이룬 건국 70년
美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관철
文정부 ‘성공史 외면’과 다른 길


이스라엘은 다음 달 14일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 70이 유대인에게 해방을 의미하는 숫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스라엘 건국일은 서양력으로 5월 14일이나, 이스라엘인들은 매년 유대력으로도 기념해 왔는데, 올해는 4월 19일이었다. 이에 지난 18일 밤 성화 점화식을 시작으로 건국 70주년 축하 행사의 막이 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행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세계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한 사람은 매우 적었다. 이스라엘은 가난한 농업국으로, 군사적 약체였고, 인구도 80만에 불과했다. 건국 자체가 이집트·시리아·요르단과의 독립전쟁을 통해 이뤄졌다. 그리고 그 후 1956년 수에즈전쟁, 1967년 6일전쟁, 1973년 10월전쟁 등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적대적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생존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2000달러 부국(富國)으로, 최첨단 전투기와 미사일로 무장한 강병(强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도 900만에 육박하는 소강국(小强國)이다. 또, 중동 지역의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이번 건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다.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 대사관은 이스라엘 건국일인 5월 14일에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개막식을 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 250명이 참석한다. 또, 올해 윌리엄 왕자가 영국 왕실 최초로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2016년 찰스 왕세자가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이는 비밀 방문이었다.

문제는 이슬람권의 반발이다. 예루살렘을 메카·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여기고 있는 이슬람권에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하고, 이번에 대사관을 아예 예루살렘으로 옮겨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다고 하니, 이를 묵과하기 힘든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은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건국일 다음 날인 5월 15일을 ‘나크바(재앙)의 날’로 부르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제3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아랍 봉기) 임박설마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의 태도는 비교적 느긋하다. 우선 인구문제로 대변되던 내우(內憂)가 사라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 이스라엘은 아랍 인구가 다수가 될까 봐 고민했다. 그러나 구(舊)소련 지역 유대인들이 대거 들어오고, ‘자궁의 전쟁’(the war of the wombs)에서 이기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은 고학력이 되면서 출산을 꺼리고 있으나, 유대인 여성은 1인당 자녀 3명을 유지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은 요르단 서안지구의 파타(Fatah)와 가자지구의 하마스(Hamas)로 나눠져 내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파타는 인정하고 있으나, 하마스는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마스는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3No 정책’(No recognition, No peace, No negotiation)을 고수하고 있다.

외환(外患) 문제도 상당히 해결된 상태다. 과거 중동전쟁에서 가장 버거웠던 이집트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집트 정부는 내심 이스라엘보다도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가자지구와 시나이반도를 연결하는 땅굴을 색출해 없애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내전 중인 시리아는 이스라엘에 맞설 형편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란이다. 그렇기에 이란의 움직임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란은 멀리 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사실상 ‘반(反)이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도 자기 땅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적대적 주변 환경 속에서 친미 노선을 추구하며,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유사하다. 문약했던 두 나라 국민이 건국 이후 전쟁을 거치면서 무(武)를 회복한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70년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를 계승·발전시키려 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70년 역사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 70년은 보이질 않는다. 유일하게 대접받는 행사는 4·3뿐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이 전혀 다른 역사의 길로 나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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