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수주 가뭄’… 2005년 이후 최저

중동지역 수주액 급감 영향
정부 금융 보증 확대 시급

해외 건설 시장의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정부·공기관의 금융보증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2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말 현재 한국 건설사의 해외 건설 사업 수주액은 122억 달러(약 13조206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의 수주액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119억 달러)와 비슷하다. 올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수주 건수(지난해 242건→207건)와 진출업체(272개→266개), 최초 진출업체(29개→22개)도 적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저조한 것은 중동지역 수주 급감 때문이다. 한국건설사의 1~4월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36억 달러에 그쳐 지난해 동기 53억 달러보다 대폭 줄었다. 그나마 아시아에서 전년 동기보다 45억 달러나 많은 74억 달러를 수주해 체면을 세웠다.

공사 종류별로는 토목·건축 분야서 수주 호조를 보였으나 산업설비(플랜트)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28억 달러나 감소한 59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한국건설사들은 2010년 연간 716억 달러를 수주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래 매년 600억 달러 대 수주액을 유지했으나 2015년 461억 달러로 떨어졌고, 2016년 282억 달러로 급감했다. 또 지난해도 290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수주가뭄이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 성장세 둔화, 저유가 지속으로 중동지역 발주 물량 감소가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해외 신흥국 중대형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시공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보다 금융조달 능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출범을 앞둔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정부와 공기관 차원의 금융보증이 확대돼야 수주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