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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6일(木)
드루킹 수사와 ‘권력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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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26일 현재 경찰의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는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나도록 핵심 의혹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다른 주요 사건과 비교하면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늦다. 전모는커녕 얼개도 그리지 못한 상태다. 일반인 눈에조차 티 나게 잘못하고도 변명뿐이었다. 뒤늦게 수사팀을 수차례 확대한다더니 필수 수사는 여전히 뒷북이다.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 뒤에야 허둥지둥 진행됐다. 핵심 피의자는 아직 소환 일정도 잡지 않았다. 초동수사부터 따가웠던 여론의 눈총은 경찰이 수사를 잘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잘잘못에 대한 질타의 핵심은 경찰이 애당초 수사할 의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불행히도 권력의 본질과 관련돼 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최고 권력의 코어, 중심부에는 바깥쪽에 흐르는 자기장과 질적으로 다른 힘이 흐른다. 이주민 서울청장도 자의든, 타의든, 부지불식간이든 코어 자기장의 영향을 받았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다른 사건 같았으면 치밀하게 수행했을 수사를 유독 왜 이 사건에서는 ‘수사의 ABC도 모르는 경찰’이라는 혹평을 받았는가. 차라리 ABC를 몰라 엉터리 수사를 했다면 마음이 놓일 정도다. 공교롭게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는 8월 만료되고, 이주민 청장은 안팎에서 차기 경찰청장 ‘0순위’로 거론돼왔다. 이주민 청장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공교롭게 사건의 다른 한 축으로 권력 코어에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포착됐다. 정확한 사실 확인까지는 최대한 덮고 싶은 욕망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커진다. 권력에 의한 수사 의지 왜곡 현상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셈이다. “감출 이유가 없다”는 이철성 청장의 말에 흔쾌히 믿음을 보낼 수 없는 이유는 뭔가 감췄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주민 청장이 유독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던 김 의원을 앞장서 감쌌던 태도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실수였다.

그러니 수사 방향도 오락가락 혼선을 빚고 있다. 스모킹건을 찾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치권력 커넥션 의혹을 개인 일탈 사건으로 치부했다. 민주적 여론 형성을 불법으로 왜곡하는 중대 범죄행위를 단순 업무방해혐의 수준으로만 다뤘다. 경찰은 봐야 하는 지점이 어딘지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피해갔다. 보고 싶지 않다는 내심이 작용한 탓이다. 주범 ‘드루킹’ 김동원 씨 역시 권력을 향한 불나방 속성을 드러냈다. 전략게임 닉네임을 쓰는 드루킹, 서유기, 파로스 일당에게 이번 일은 치밀한 권력게임일 뿐이다. 기사좌표를 융단폭격한다든가,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뛰어난 서버 ‘킹크랩’을 제작해 조작에 사용했다. 이들의 댓글 달기·공감 클릭은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는커녕 정치게임판에 끼어들어 상황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다는 의식에 따른 범죄다. “15만 경찰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선 수사팀장의 의지를 무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하나다. 한두 명의 수뇌부가 현장수사를 방해하지도, 오도하지도 말라. 명예회복은 수사팀이 순리에 따라 본질에 접근하도록 맡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jupiter@munhwa.com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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