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플래넘 2018>“비핵화, 北 진정성에 기대와 우려… 韓·美 순진한 접근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18’ 지리경제학 플래너리 세션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 월터 러셀 미드 바드대 교수, 유콘 황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피터 해럴 미국신안보센터 선임연구원,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신창섭 기자 bluesky@

■ 둘째날 회의 -‘동북아 자유주의 국제질서’ 세션

北 핵개발 뒤 항상 정치적 이용
주변국 압박공조가 가장 중요

DMZ서 GP철수 신중 행보를
北 재래식전력 감축 우선해야

트럼프 협상태도가 성과 좌우
美·北회담이 부메랑 될 수도

올해 ‘아산 플래넘 2018’에 참석한 국제 외교 안보 및 한반도 전문가 100여 명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우려감을 표명했다.

특히 올해 아산 플래넘은 오는 6월 초가 유력한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만큼 상당한 논의와 토론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에 집중됐다. 기조연설자들과 토론자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로 나올지에 대해서 촉각을 기울이면서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 한·미 공조체제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24~25일 이틀간 개최한 ‘아산 플래넘 2018’에 참석한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은 어떤 면에서 보면 핵 프로그램이 완료된 상태며 다음 단계로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등 비무장 논의를 발 빠르게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울포위츠 전 부장관은 “북한이 재래식 전력에 대해 동등한 수준의 감축을 먼저 하고 난 다음에 동일한 선상에서 한국도 감축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통한 대가 문제를 두고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담당 조정관을 맡기도 했던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케네디스쿨 벨퍼센터 사무총장은 ‘아웃라이어(국외자)-북한’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해 “북한은 상당히 많은 것을 얻으리라는 생각에 협상에 나섰고 비핵화를 통해 대규모 경제적 협력을 약속받거나 경제적인 보상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 무력 공격 가능성을 없게 해달라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가 긍정적으로 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내가 백악관 보좌진이라면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말렸을 것”이라며 “리얼리티 쇼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백악관에서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미·북 정상회담은 굉장한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이모어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터프하게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예상치 못한 발언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최소한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 기간이라도 정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6개월에서 1년 이내의 단기간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1980년대부터 핵 개발에 착수한 북한은 이를 이용해 왔고 정치적인 변동을 원하지 않는다”며 “한·미·일도 비핵화에 대해 순진한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칠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주변국들의 공조와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두고 중국 내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자오 취엔셩 아메리칸대 교수는 “중국 내 엘리트층 사이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러 차례 논란이 벌어졌고 ‘짐이 된다’는 의견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국경 지역 내 환경오염 등 북한 문제가 수년 전부터 대두되기 시작했지만 북한을 포기할 경우 미국에 붙을 우려가 있어 현상유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순·김현아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