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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7일(金)
병장 진급 앞두고 백혈병 진단, 항암치료… 미뤄왔던 ‘버킷리스트’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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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갑내기 유동제 - 신경주 커플

국군수도병원 공중전화 부스. 두 발로 서 있기 힘들 만큼 몸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말하기 싫어도 말해야 한다. 힘들게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 생기발랄한 목소리다. 그래서 더 슬프다.

“경주야, 나 지금 병원인데…. 급성… 백혈병 진단받았어.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대.”

울음소리가 들린다. 결국 나도 무너졌다. 처음인 거 같다. 여자친구 앞에서 눈물을 쏟아낸 게. 오늘 하루만, 울자.

동갑내기 유동제(25)-신경주(여) 커플 이야기다. 이들에게 무슨 시련이 있었던 걸까.

둘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났다. 경주 씨가 점심시간 배식 봉사를 하면서다. 동제 씨는 아직도 그날의 경주 씨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요. 또 많이 먹어요.(웃음) 근데 경주가 소시지를 퍼주더라고요. 그날 반찬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오. (경주에게) 조금 더 달라고 말했어요. 근데 엄청 수줍어하는 거예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무엇보다 예뻤고요.(하하)”

그날 방과 후. 동제 씨가 탄 버스에 이미 경주 씨가 앉아 있었다. 동제 씨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바로 경주 씨 옆에 앉았다. 동제 씨는 “점심 때 반찬 많이 줘서 고마워”부터 “어디 살아?” “요즘 무슨 노래 들어?”까지 이것저것 물었다. 경주 씨는 동제 씨 물음에 답했다. 무시해도 괜찮을 자신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경주 씨의 모습이 동제 씨는 마음에 들었다.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제 씨는 경주 씨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연으로 둘은 연인이 됐다.

“대학도 경주와 같이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3 때 서로 진로를 계획하면서 목표 대학을 같이 정했어요. 운이 좋게 둘 다 같은 대학에 진학해 고등학생 커플에서 캠퍼스 커플(CC)로 이어졌어요. 제 인생의 황금기였죠.(웃음)”

낯선 대학 생활이었지만 함께라서 좋았다. 그러다 시련이 닥친 건 동제 씨가 군에 입대하면서부터.

동제 씨가 병장 진급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은 날.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국군수도병원에서 동제 씨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이송을 앞두고, 동제 씨는 경주 씨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했다.

“저는 스스로 듬직하고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밥도 잘 먹고요.(웃음) 또 눈물도 많이 없어요. 근데 그날 경주에게 (병명을) 말하는데 남자답지 못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한참을 울었어요. 그냥, 경주를 지켜 주지 못할 거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더라고요.”

눈물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서로 그냥 미안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어디어디 여행 가고 싶다’는 경주 씨의 말이 동제 씨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모두 휴가나 전역 이후로 미뤄 왔던 약속이다. 동제 씨는 그 쉬운 약속도 지키지 못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경주 씨에게 미안했다고 한다. 동제 씨는 처음으로 경주 씨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려다, 겨우 삼켰다.

같이 눈물을 흘리는 건 그날 하루면 족했다. 정확히 말하면 눈물만 흘리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경주 씨는 밤낮 인터넷을 뒤지며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더는 남자친구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둘은 어른이 돼 있었다. 동제 씨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졌다. 이 모습을 보고, 경주 씨는 미용 도구를 챙겨 직접 동제 씨의 머리카락을 깎아줬다. 경주 씨가 동제 씨 머리를 밀어주고 꺼낸 말은 “두상 예쁘네~!” “스님 같다”였다. 오히려 동제 씨보다 경주 씨가 더 의연했다. 동제 씨는 그날 봤다. 경주 씨 눈가에 주렁주렁 맺힌 눈물을.

백혈병 진단 후 2년. 지금 동제 씨는 고강도 항암치료를 마쳤다. 지금까지 큰 부작용이 없어 퇴원한 상태다.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미뤄 왔던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다시 건강해져서 저에게 맛있는 반찬을 듬뿍 퍼준, 경주에게 제가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요. 매일매일. 또 오래오래.”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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