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문장과 책>“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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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29쪽)

‘두 늙은 여자’(이봄)는 알래스카 아타바스칸족 작가 벨마 월리스가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은 알래스카 인디언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긴 것이다. 이 작품은 ‘노인의 성장기’이다. 우리는 성장담이라면 흔히 어린이나 청소년 혹은 청춘의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인간은 죽는 그 순간까지 영원히 커나가는 존재, 죽는 순간까지 나아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른과 노인의 성장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알래스카 그위친 부족에게 겨울 기근이 닥친다. 식량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부족의 우두머리는 두 노인을 눈벌판 속에 두고 가기로 결정한다. 생존 앞에서 약한 노인을 돌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깨지고, 딸과 손자조차 이들을 외면한다. 이들은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무력감과 배신감에 눈물을 흘린다. 곧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될 운명인 두 사람. 하지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그들은 잊어버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이들은 생존을 위한 사냥에 나선다. 오랫동안 잊었던 육체적 감각과 기억들을 불러 모아 생존에 나선다.

우화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한 이야기는 상당한 양의 겨울 식량을 저장한 이들 앞에 굶주린 부족들이 돌아오면서 두 노인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이야기 구조가 너무 단순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삶에서 기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두 노인에게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나이의 한계는 물론이고-을 가르쳐 주었다. 이 넓고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부에는 놀랍고도 위대한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최소한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 어떤 순간이든. 176쪽, 1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