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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30일(月)
무문관(無門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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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스님, 문 잠그겠습니다.” 철컥, 바깥 문고리에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졌다. 문 너머 선방 안은 진작 묵언이다. 2013년 5월, 경주 감포 무일선원에서 11명 수좌가 천일 작정으로 수행에 들었다. 스스로를 독방 감옥에 가두는 무문관(無門關)이다.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 자지 않는 용맹정진(勇猛精進)과 더불어 극한 수행법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년까지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절대고독과 직면한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하루 한 번 열리는 밥 구멍이다.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은 결제에서 해제까지 처절한 수행을 담은 기록이다. 대구 민방 TBC가 제작했던 다큐 방송을 영화화했다. 굳게 닫힌 선방 바깥으로 꽃 피고, 비바람치고, 잎이 물들고, 눈 쌓이는 세 번의 사계절 변화를 롱테이크로 잡은 정중동(靜中動) 영상이 인상적이다. 그 천 일 동안 누구는 중환을 얻었고, 어떤 이는 아버지를 여의었고, 더러는 중도에 떠났다. 초심을 지킨 이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혹은 비웠을까. 비구니 한 분은 “끝이 났는데 돌아보니 3년이란 세월이 안 보여요”라고 했다. 국외자로선 그 뜻을 섣불리 헤아리기 어렵다.

‘무문관’은 그 자체 선(禪)의 핵심 텍스트이기도 하다.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48개 화두(話頭)를 가려 엮은 이 책 서문엔 익숙한 표현도 보인다. ‘큰길에는 문이 없다. 길은 또한 어디에나 있다. 이 관문을 뚫고 나가면, 천하를 당당히 걸으리라’(大道無門, 千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쓴 ‘대도무문’의 출처다. ‘문 없는 문’의 빗장을 열기 위한 방편이 화두다. 철학자 강신주는 “상식으로는 해결할 길이 없는 딜레마나 역설로 가득한 물음”이라고 했다.

김성동 소설 ‘만다라’에 나오는 화두가 ‘병 속의 새’다. 병 안에 조그만 새를 넣고 키웠는데, 이젠 커서 나올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병을 깨지 않고 꺼낼 수 있을까. 이 화두의 정답은 없다. 설령 선지식이 화두를 딛고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그가 열었던 ‘문’일 뿐이고, 제자에게 말이나 글로 설명해줄 순 없다. 불립문자(不立文字)다. 화두는 퀴즈가 아니다. 화두를 낸 스승의 속내를 읽으려 하는 사람은 결코 화두를 뚫을 수 없다. 경전이나 스승 도움 없이 문 없는 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 곧 주인으로서 당당한 삶과 오롯이 맞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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