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8.21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30일(月)
무문관(無門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회평 논설위원

“스님, 문 잠그겠습니다.” 철컥, 바깥 문고리에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졌다. 문 너머 선방 안은 진작 묵언이다. 2013년 5월, 경주 감포 무일선원에서 11명 수좌가 천일 작정으로 수행에 들었다. 스스로를 독방 감옥에 가두는 무문관(無門關)이다.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 자지 않는 용맹정진(勇猛精進)과 더불어 극한 수행법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년까지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절대고독과 직면한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하루 한 번 열리는 밥 구멍이다.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은 결제에서 해제까지 처절한 수행을 담은 기록이다. 대구 민방 TBC가 제작했던 다큐 방송을 영화화했다. 굳게 닫힌 선방 바깥으로 꽃 피고, 비바람치고, 잎이 물들고, 눈 쌓이는 세 번의 사계절 변화를 롱테이크로 잡은 정중동(靜中動) 영상이 인상적이다. 그 천 일 동안 누구는 중환을 얻었고, 어떤 이는 아버지를 여의었고, 더러는 중도에 떠났다. 초심을 지킨 이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혹은 비웠을까. 비구니 한 분은 “끝이 났는데 돌아보니 3년이란 세월이 안 보여요”라고 했다. 국외자로선 그 뜻을 섣불리 헤아리기 어렵다.

‘무문관’은 그 자체 선(禪)의 핵심 텍스트이기도 하다.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48개 화두(話頭)를 가려 엮은 이 책 서문엔 익숙한 표현도 보인다. ‘큰길에는 문이 없다. 길은 또한 어디에나 있다. 이 관문을 뚫고 나가면, 천하를 당당히 걸으리라’(大道無門, 千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쓴 ‘대도무문’의 출처다. ‘문 없는 문’의 빗장을 열기 위한 방편이 화두다. 철학자 강신주는 “상식으로는 해결할 길이 없는 딜레마나 역설로 가득한 물음”이라고 했다.

김성동 소설 ‘만다라’에 나오는 화두가 ‘병 속의 새’다. 병 안에 조그만 새를 넣고 키웠는데, 이젠 커서 나올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병을 깨지 않고 꺼낼 수 있을까. 이 화두의 정답은 없다. 설령 선지식이 화두를 딛고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그가 열었던 ‘문’일 뿐이고, 제자에게 말이나 글로 설명해줄 순 없다. 불립문자(不立文字)다. 화두는 퀴즈가 아니다. 화두를 낸 스승의 속내를 읽으려 하는 사람은 결코 화두를 뚫을 수 없다. 경전이나 스승 도움 없이 문 없는 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 곧 주인으로서 당당한 삶과 오롯이 맞설 수 있는 것이다.
[ 많이 본 기사 ]
▶ “‘미투’ 여배우, 17세 男배우 성폭행…4억주고 입막음”
▶ 태풍 ‘솔릭’ 23일 전남 해안 상륙… 6년만에 한반도 관통 ..
▶ 못믿을 국민연금… “낸 돈 돌려달라” 항의 빗발
▶ 난장판 된 손흥민 SNS…말레이시아 팬, 조롱 댓글
▶ 文정부 15개월, 잔치는 끝났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폭로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이탈리아의 배우 겸 영화감독 아..
mark태풍 ‘솔릭’ 23일 전남 해안 상륙… 6년만에 한반도 관통 가능성..
mark난장판 된 손흥민 SNS…말레이시아 팬, 조롱 댓글
이산가족 아찔한 순간… 삼촌·조카 북미관계 논쟁
종근당 회장 ‘폭언 피해’ 운전기사들, 법정서 돌연 ..
못믿을 국민연금… “낸 돈 돌려달라” 항의 빗발
line
special news 주장의 품격과 태극전사 자존심 살린 ‘손흥민의 ..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에서 실추된 한국 축구의 자..

line
운행정지 미대상 BMW 승용차 주행 중 또 불
“헤어진 여친 닮아서…” 술 취해 벽돌로 내려친 20..
고용쇼크 속 농림어업만 취업 ‘6만1000명 폭증’ 미..
photo_news
DJ DOC 이하늘, 17세 연하와 결혼…“10년 연..
photo_news
일본도 격파한 ‘박항서 축구 매직’에 베트남 열..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음식은 영원한 그림 주제…‘먹방’ 앞서 ‘먹는 미술’ 있었다
[인터넷 유머]
mark어떤 친구 mark임신한 개
topnew_title
number 文정부 15개월, 잔치는 끝났다
“의원들에 또 면박당해도 ‘소득주도성장 포..
3000t급 잠수함 진수식 돌연 연기… 北 눈치..
경찰관이 난동부리던 수배자 체포하다 귀 물..
또 22兆… 돈만 쏟아부어선 ‘고용참사’ 못막..
hot_photo
우슈 서희주, 무릎 부상으로 기권
hot_photo
‘주차장으로 착각’ 쇼핑몰 지하 계..
hot_photo
박보영 “타이밍, 다 때가 있는 것..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