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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30일(月)
‘올해 안 終戰선언’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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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先後 뒤집어진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전제조건인
체제안전 보장 뒷받침 구조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美軍주둔 보장 없으면
평화체제 구축에 치명적 위협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전문(前文)과 3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제2장은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 제3장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이고, 그 제4항에 한반도 비핵화가 들어가 있다. 통상의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면 이런 순서를 밟는 것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 관계의 핵심 요인은 북한의 핵무장이다. 북한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나 조치는 무의미하고, 추진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남북 정상이 이번에 합의한 각종 교류·협력 조치는 그 내용이나 추진 과정에서 국제적 대북 제재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1, 2, 3장의 배열은 정반대로 됐어야 한다. ‘선-후’가 뒤바뀐 구성은 비핵화 문제가 기대만큼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만으로는 부족한,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제3장 ‘평화체제 구축’의 구성은 이런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장(章)에서도 ‘불가침 합의’ ‘단계적 군축’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 전환’이 차례로 적시된 뒤 마지막에 ‘비핵화 합의’가 배치돼 있다.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침 합의나 단계적 군축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선-후’가 뒤바뀐 구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관련 합의는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채택된 ‘10·4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전 선언 시기를 못 박았고, 참여 국가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개국으로 적시해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은 필연적으로 정전체제에 근거를 둔 유엔군사령부 해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주한미군의 지위 변화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리고 이들 사안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해왔거나 요구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핵심 조치들이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비핵화 앞에 배치된 것이 단순한 배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 이미 주한미군의 전술핵 전면 철수 등을 통해 비핵화 약속을 이행했고, 따라서 비핵화 추진 주체와 대상 지역은 북한이다. 그런데도 한국과 한반도를 거론한 것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핵우산 제거를 포함한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 변화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판문점 선언은 북한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요구들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구성된 것이다.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구성과 문구들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북 제재 완화나 경제적 지원과 달리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한·미 동맹을 흔드는 ‘불가역적’ 조치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뒤집더라도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역설적으로 우리 안보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안보 상황의 변화를 멀리 넓게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와 전방에 집중 배치된 군사력에 대한 협의도 간과해선 안 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사전 동의도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던 미군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 중인 미군으로 나뉘는 만큼 종전 선언과 무관하다. 나아가 북한 체제 보장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미·북 수교와 미국의 대북 투자를 포함한 교류 확대가 필요하고, 중·일까지 포함한 동북아 군사적 균형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결코 선언이나 협정으로 구축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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