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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30일(月)
시계추 민심과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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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2002년 제3회 지방선거는 보수 정당이 가장 잘 치른 지방선거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16개 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11곳에서 승리했고, 232개 시·군·구에서 절반이 넘는 140곳에서 이겼다. 선거 결과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보수 담론인 개발과 성장 이슈를 내세워 진보 정당을 압도했다.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뉴타운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보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비록 그해 12월 치러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나중에 무혐의로 판명된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패배했지만, 든든한 지방 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2007년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진보 측 인사들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잘 치른 지방선거로 기억한다. 민주당은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필두로, 영·유아 무상 보육 및 교육 실시, 기초노령연금 급여 대상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강화 등 무상 복지 시리즈를 선보였다. 민주당은 3 대 12로 한나라당에 절대 열세였던 시·도지사 수를 7 대 6으로 뒤집었고, 1 대 24였던 서울 구청장 비율을 21 대 4로 역전시켰다. 무엇보다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전가의 보도가 된 ‘무상 복지’ 프레임을 장악했다.

6월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 주요 후보들이 첫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영세 자영업자가 아파서 입원하면 최대 15일간 소득 지원을 하는 ‘서울형 유급 병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몸이 아파 영업을 못 하는 자영업자에게 하루 치 서울시 생활임금인 7만3886원을, 최대 110만8290원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재직 시절 시행한 3대 무상 복지(청년 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무상 복지 공약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데다 자신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후보에게 ‘포퓰리즘’이란 비판은 들리지도 않는다.

열흘 이상 가는 꽃이 없듯이 무상 복지 약발도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세계 경기 훈풍 속에서도 거북이걸음을 하는 경제 성장과 발표할 때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청년실업률을 보면서 ‘파이를 늘려야지, 복지 타령을 할 때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밥통 기득권을 유지해 온 대기업 강성노조마저 복지 혜택을 반납할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 환경이 악화하고,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사업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허상도 드러나고 있다. 분배보다 성장, 평등보다 경쟁,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보수 담론이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지방선거 경제 분야 슬로건으로 ‘경제가 죽고 있다! 그래도 경제는 자유한국당’ 등을 선정했다. 진단은 맞아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든, 진보든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것을 내놓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 괘종시계 추처럼 좌우를 오갔던 민심이 이번엔 어디로 갈지 주목된다.

ybk@
e-mail 유병권 기자 / 전국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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