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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30일(月)
4·27 드라마 흥행과 ‘CVID+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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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美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지난 27일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잘 연출된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소재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김정은과 문재인이라는 새로운 배우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고, 판문점을 넘어서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과 전통 의상의 군악대 사열, 두 정상만의 산책, 리설주 여사가 참석한 만찬 등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국내뿐 아니라 외신의 갈채를 받으며 전쟁 위기에 있던 한반도를 일거에 평화의 상징으로 바꿨다.

비평가의 입장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꼭 좋은 영화가 아니고 또 좋은 영화가 꼭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기에 좀 더 차분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영화의 내용은 별로 새롭지 않았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주요 사안들, 즉 한반도의 비핵화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합의 등은 이미 1992년의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이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다 나와 있다. 물론 업그레이드되거나 구체화한 부분들도 보이지만, 크게 들뜨기보다는 냉엄한 성찰을 통해 이러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상징성과 이미지 메이킹을 통한 흥행 면에선 엄청난 효과를 냈다. 만찬 메뉴마다 의미를 부여해 김대중 민어, 노무현 쌀, 정주영 한우, 윤이상 문어 등 남북관계를 상징할 만한 것들로 채웠다니 놀라웠다. 그러나 디테일한 연출에 이목이 집중되면 정작 영화의 중요한 스토리와 메시지는 잊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7·4 공동성명을 한 박정희와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낸 노태우의 업적도 메뉴에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에 여전히 회의적인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영화는 지난 2편과 달리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북·중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다음 달엔 한·미,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다. 또 다음 달에는 한·중·일 정상이 도쿄(東京)에서 만나고 가을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젠 남북관계도 양자가 아닌 보다 큰 틀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남북 경협도 국제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예전처럼 쉽게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관객의 시선은 5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시리즈인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두 세 곳으로 좁혀진 장소가 몽골이 될지 싱가포르가 될지 아니면 제3의 장소가 될지도 흥미로운 예고편이지만,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낼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지 어떤 반대급부를 원할지의 여부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의 정석으로 여겨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검증된 핵무기 제조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북한은 설사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한다 하더라도 수개월 내에 다시 만들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α)도 필요하다. 김정은이 말한 핵무력 달성은 단순히 여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 더는 핵실험이 필요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더는 핵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정상국가’가 될 때나 가능한 일이다.

흥행 면에선 다소 고전하더라도 새롭고 알찬 내용으로 꽉 채워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영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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