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車’ 8년연속 無분규 비결 엿보니…업무시간 줄이고 강도 높이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로봇에 의해 100% 자동화 공정으로 용접된 렉스턴 스포츠 차체에 엔진과 문 등을 결합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 勞使 46차례 머리맞대 풀었다

주간 연속 2교대 시스템으로
줄어든 시간만큼 저녁 있는 삶
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
일은 힘들지만 생산력 높아져

회사는 인센티브로 임금 보전
무급휴직 동료 복직도 앞장서
렉스턴스포츠 계약대박 행진에
생산 직원들 웃음 떠나지 않아

지난달 24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1월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를 보여주듯, 차체공장과 조립공장 모두 분주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직원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넘쳐났다. 2009년 5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76일 동안 공장을 점거하고, 공권력과의 충돌로 64명이 구속됐던 ‘쌍용차 사태’의 현장이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쌍용차 구성원들은 생산라인이 활기를 띠게 된 비결을 ‘협력적 노사관계’에서 찾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차체-도장-조립의 공정을 거친다. 프레스공장에서 철판을 가공해 만들어낸 각 파트가 연결돼 자동차의 외관을 갖추게 되는 차체2공장에서는 곳곳에서 로봇 팔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체공장은 거의 완벽하게 자동화돼 있었다. 108대에 달하는 로봇이 모든 용접 작업을 책임지고 있었다. 엔진룸에 차의 바닥과 옆부분을 붙이고 지붕을 얹는 등의 작업이 모두 로봇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졌다.

도장을 거친 뒤 조립3공장 섀시(차대)라인에서는 기계가 렉스턴 스포츠의 바닥 프레임을 들어 올려 뒤집은 뒤,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 부품으로 짜인 섀시와 결합했다. 이 섀시는 옆줄 트림라인에서 직원들이 직접 내장재와 공조시스템 등을 장착한 차체와 합쳐지고, 타이어 장착 등 조립 공정의 최종 단계를 거쳐 테스트 라인으로 넘어갔다. 이곳에서 조립되는 차체는 렉스턴 스포츠가 주를 이뤘지만 중간중간 G4 렉스턴이 나타나기도 했다. 조립3공장은 렉스턴 스포츠 외에 G4 렉스턴과 코란도 스포츠(수출 전용)까지 함께 생산하고 있다.

올 초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는 3월까지 누적 판매량 8264대를 기록, 연간 목표 3만 대를 조기에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약 실적으로 따지면 3월까지 이미 누적 2만 대에 달해 고객이 실제로 차를 건네받으려면 최소 3개월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쌍용차는 조립3공장에도 주간 연속 2교대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연간 생산물량을 1만 대 이상 확대해 생산 적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 발전적 노사관계의 모델이 되다 = 쌍용차는 4월부터 평택 조립1공장(티볼리와 코란도C 등 생산)과 3공장에 주간 연속 2교대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주간 연속 2교대에서 주간조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 40분 퇴근하며, 잔업은 없다. 야간조는 오후 3시 40분부터 9시간 일한다. 조립3팀 임상묵 기술수석은 “2교대 근무 변경으로 생산량이 늘고, 직원들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매일 밤 9시 넘어 퇴근이었는데, 일찍 가서 저녁도 같이 먹고 집안일도 돕고 하니까 가족들이 제일 좋아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원도 생겼다”고 웃었다.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효율성이 높아져 시간당 생산능력은 22대에서 32대로 증가했다. 생산이 증가하자 사측은 인센티브 형태로 임금을 보전해줬다. 김춘식 조립3팀장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존 수당을 포함한 임금 수준을 보전하기로 노사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쌍용차 노사는 2010년 이후 8년째 무분규 사업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간 연속 2교대를 추진하는 과정도 노사 상생의 모범 사례였다. 2016년 ‘근무형태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노사가 40차례에 걸친 노사 실무협의를 거쳤고, 양측 대표자 협의도 6차례나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 강도를 높이는 합의를 이뤄냈다. 일부 직원의 부서를 전환해 배치해야 하는 난제도 노사 협의로 풀어냈고, 이 과정에서 과거 회사를 떠났던 근로자 26명을 추가로 복직시키기도 했다. 앞서 쌍용차는 2013년 무급휴직자 454명에 이어 2016년 40명, 2017년 62명을 각각 복직시킨 바 있다.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함께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혼류 생산 시스템 자체도 사실 노사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한 종류의 차만 만드는 것보다 업무 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다. 강상길 생산혁신팀장은 “어려운 상황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도 노사가 함께 열심히 뛰어서, 가장 혁신적이고 존경받는 자동차 회사가 되는 게 쌍용차의 목표”라고 말했다.

평택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