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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1일(火)
脫진실 시대의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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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워싱턴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은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워싱턴 전문가들의 평가는 회의론이 더 우세하다. 전쟁 위기설까지 치달았던 긴장을 완화하는 이정표라는 데에는 점수를 주지만, 향후 북핵 협상 성패의 핵심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룬다. 사실 이는 회담 전부터 예상됐던 반응이었다. 4월 말 만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남북정상회담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힐 정도였다.

미국 전문가들의 이 같은 판단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북한이 협상에 나선 목적·배경에 대해 ‘제재 작동론’부터 ‘북한의 정상국가화’ ‘핵 개발 시간벌기용’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합리적 의심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의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남북 정상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의 1조 1항 “기채택된 남북 선언들의 철저한 이행”이 대북 퍼주기 비판을 받았던 2007년 10·4 합의까지 포함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판문점 선언이 몇 가지 부분에서 모호한데, 10·4 합의 준수가 포함된다면 이는 대북 제재에 위반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회의론의 가장 큰 근거는 바로 트럼프 변수다. 대북 군사적 행동까지 시사했다가 즉석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수용, 180도 방향을 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미국 국익에 반하는 즉석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그의 변칙성과 불예측성이 향후 북핵 시설 검증·사찰까지 포함하는 장기전에서는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에 다행인 것은 워싱턴에서 ‘전문가 시대의 종언’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4월 29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정보의 종언’에서 “사실관계에 관심이 없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정보 브리핑을 해야 하는가”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트럼프 변수는 장기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확실한 위험 변수다. 진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게 더 효과가 있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진실)’ 시대를 가장 잘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티모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팸플릿 ‘독재’에서 밝힌 것처럼 “포스트 트루스 시대에는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바꾼다고 해서 누구도 쉽게 권력을 비판할 수 없다. 지금은 ‘친문(親文)’인 트럼프가 언제 ‘반문(反文)’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는 셈이다. 바로 이 때문에 ‘쓴소리’를 하고 있는 미국 전문가들을 우리가 외면하지 말고 적극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 대비한 보험이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정치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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