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증거 없는데 형량 바뀌는 항소심… “사법 不信 가중” 여론

‘인천 초등생’ 공범 형량 급감
“大法까지 가겠다” 빌미 제공

법원이 지난달 30일 인천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새로운 증거제출과 같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공범의 형량을 대폭 줄이자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1·2심 판단이 현격히 달라진 것에 대해 “사법부 불신을 가중시키고, 재판에서 ‘삼세판 끝장’을 봐야 형을 깎을 수 있다는 사람들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지난달 30일 주범 김모(18) 양의 살인 등 혐의에 대해선 1심의 유죄 판단과 양형(징역 20년)을 유지했지만, 살인죄의 공모범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은 박모(20) 씨에 대해서는 징역 13년으로 형량을 크게 줄였다. 이는 김 양을 주범으로, 박 씨를 공범으로 인정한 1심과 달리, 김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박 씨에 대해서는 방조범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완전히 뒤바뀐 것에 대해 “사법부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포천 고무통 살인 사건, 2013년 인천 여자친구 산 낙지 살해 사건 등 과거에도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 달라진 사정이 없는데도 1·2심 재판부가 정반대 결론을 내린 사건이 많았다. 이같이 1·2심 판단이 큰 차이를 보이는 사건이 많아질수록 소송당사자들이 재판 결과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고 대법원 문턱까지 가봐야 직성이 풀리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법원에는 상고심 접수만 연간 4만 건을 웃돈다. 이에 사법부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3심은 2심의 판단을, 2심은 1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천 여아 살해 사건 역시 사실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양형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걸로 보인다”면서 “일반인들로 하여금 3심까지 올라가면 형량을 깎을 수 있다는 인식을 공고하게 만들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법원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란 추가 증거가 제출되면서 사실관계가 달라진 경우 등을 말하는데, 사실에 대한 ‘법률 판단’은 심급마다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