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70달러 시대’… 속타는 油化·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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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두바이유 평균價 68달러
지난해 동기보다 15달러 높아
WTI는 强달러 영향 소폭 하락

납사가격이 오르면 실적 악화
중국發 공급과잉도 고민거리
“정제마진 줄어들까” 노심초사

국제유가 상승 조짐에 국내 석유화학업계와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0일 두바이유 현물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70.05달러에 거래됐다.

4월 19일 70.75달러로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7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4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68.27달러로, 전달보다 5.53달러나 높았다. 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53.18달러에 불과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전날보다 1.32달러 떨어진 67.25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해 평균(50.85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참 높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73.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54.74달러였다.

업계에서는 소폭 등락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는 유가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지속,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가능성에 더해 최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 원유 재고 감소 규모(107만1000배럴)도 시장 예상치(62만5000배럴)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화학 제품은 원유를 1차 정제해서 나오는 납사(Naphtha)를 원료로 가공하기 때문에, 납사 가격이 상승하면서 업계 이윤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 더 큰 고민거리는 중국발 공급과잉 가능성이다.

고유가가 계속되면 중국에서 값싼 자국 내 석탄을 원료로 하는 석탄화학(CTO) 설비 가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말 이후 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 납사크래커(NCC)의 경쟁력이 높았지만, 유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하면 중국 석탄화학업계의 물량 공세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도 정제마진이 줄어들까 노심초사다. 정유업계가 고유가로 돈을 번다는 건 옛말이란 게 업계의 설명. 오히려 2014년 4분기 이후 정제마진 호황은 저유가 시대가 시작돼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한 덕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인 원유가격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특히 고유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줄어 정제마진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