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합병을 적폐로 몰다 투기자본 공격 자초한 文정부

국내 1, 2위 기업 삼성과 현대차를 상대로 경영권 흔들기에 나섰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엔 한국 정부를 표적으로 삼았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절차를 밟고 있다. 엘리엇이 지난달 제기한 중재 요청을 법무부가 거부하면 3개월 후 정식 제소가 가능하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 주주총회 합병 결의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후 국정농단 특검이 국민연금 찬성을 문제 삼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기소했고, 1·2심 법원은 ‘위법 부당한 영향력으로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 손해를 초래했다’며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엘리엇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 삼성 합병은 시장에서도 다수 지지를 얻었던 사안이고, 국민연금은 그런 흐름을 좇아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별도로 진행 중인 민사재판 1심도 ‘찬성 자체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특검은 국정농단과 삼성을 엮는 고리로 합병 건을 계속 활용하고, 또 정경유착의 적폐로 규정해 재판에 임하고 있다. 시장의 경제적 선택을 정치적 의도로 재단한 사례다. 빌미를 제공한 정부는 합의금을 물어주든지, 소송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해야 할 딜레마에 빠졌다.

일개 헤지펀드에 온 나라가 휘둘리는 판에 정부는 더 부추기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는 투기자본 영향력 확대와 소송 남발의 소지가 크다. 소액주주 보호 명분을 내걸지만 삼성전자 1% 지분은 현재 2조5000억 원이 넘는다. 경제적 약자가 아니라 거액 자산가일 뿐이다. 게다가 헤지펀드는 경영권을 흔들다 단기 차익을 얻곤 떠나버린다. 어설픈 정의감으로, 투자·고용에 전념해야 할 국내 대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