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200돌 마르크스… 신비화 장막 걷고 실체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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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등 기념서적 잇단출간
다양한 사상 현대적으로 해석
인간 마르크스와 이론 그려내

5일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오른쪽 사진)의 삶과 사상에 관한 서적이 잇달아 출간됐다.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공산주의가 승리한다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빗나갔지만, 사적 유물론을 비롯한 그의 다양한 사상은 여전히 새롭게 해석되면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들은 기존의 도식적 접근보다 다양성을 살피는 저작들이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책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번역한 마르크스 평전인 ‘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아르테·왼쪽)다.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런던대 퀸메리칼리지 역사학과 교수가 2016년에 쓴 이 책은 마르크스를 신비화한 장막을 걷어내고 실체를 추적한다. 저자인 존스 교수가 “이 책의 목표는 마르크스가 죽은 뒤 그의 성품과 여러 성취에 대해 이야기들이 꾸며지기 이전인 19세기의 환경 속으로 돌아가서 그의 모습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라고 밝히듯, 책은 19세기 유럽 지성사와 경제·사회적 격변의 맥락에서 인간 마르크스와 그의 이론을 재구성한다. 1112쪽에 달하는 책에서 이 분야 전문가인 번역자 홍 소장도 40쪽에 가까운 해제를 달았다. 책에 대해 그는 “‘마르크스주의’라는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마르크스’라는 민달팽이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며 그것은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끊임없이 들이대고 급기야 기진맥진하여 숨이 끊어진 시시포스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토머스 스타인펠트 스위스 루체른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살림)은 마르크스의 난해한 사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저자는 “이제 혁명을 꿈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을 깊이 갈라놓은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자 한다”고 말한다. 에티엔 발리바르 프랑스 파리 10대학 명예교수가 쓴 ‘마르크스의 철학’(오월의봄)은 마르크스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 재구성하고 마르크스주의의 정세적 변화를 분석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함께하는 동시에 마르크스에 반대하는 사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밖에도 정치사회학자 로날도 뭉크가 쓴 ‘마르크스 2020’(팬덤북스)은 마르크스주의와 역사, 자연, 발전, 노동자 계급, 여성, 문화 문제 등을 논한 책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