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공부도 연극도 끝까지 응원… 자랑스러운 제자로 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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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賞 김소담 양

사랑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소담이에요. 선생님께 저는 어떤 제자였나요?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 제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니지만, 아직도 교실 문 앞에만 서면 선생님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아요. 부끄럽게도 저는 1년 내내 지각을 밥 먹듯이 했어요. 첫날 지각해서 밖에 나가 있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교실 안보다 밖에서 인사 드리는 날이 더 많더라고요. 히히…. 그때마다 지각하지 말라고 웃어주셨죠, 선생님께선.

선생님 사실 저는 지각한 저를 꾸짖으러 나와주시는 선생님이 너무 좋았답니다. 선생님껜 마냥 게으른 학생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오늘 버스가 막혔는지,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해주시는 애정 어린 말씀 덕분에 1년 동안의 등굣길이 즐거웠어요.

선생님 기억나세요? 내세울 건 활발한 성격밖에 없는 제가 부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소담이는 성격이 좋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많이 배워갔으면 좋겠다고요. 생각해보면 산만하고 덜렁거리는 저는 좋은 부회장감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믿어주시고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부회장을 하며 아이들에게 신뢰도 많이 받고 너무나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직진뿐이었던 저의 삶에 옆으로 가는 법도, 때로는 쉬어가는 법도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공부도 못하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제 진로 상담 날, 선생님께서 망고주스를 쥐여주시며 하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시험 성적표를 받고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였을 때, 선생님께서 너는 끼가 많은 아이라고, 나중에 꼭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잖아요. 그때 사실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싶었어요.

요즘도 제 최대 고민거리는 잘 보이지 않는 미래 진로와 학업이지만 그날 이후로 절 한심하게 생각하는 날은 한 번도 없었어요. 선생님이 쥐여주신 망고주스 덕분에 다시 기운 내서 활발한 소담이로 빨리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려요! 그러고 보니 선생님께선 제가 연극을 하는 걸 한 번도 빠짐 없이 보러와 주셨더라고요. 고등학교 연극부에 들어오면서 잘 안 풀리는 연습 탓에 기운 빠지는 날도 많았는데, 무대 위에 서서 소담이가 아닌 연극부원으로서 저를 바라봐주신 선생님이 제게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그러고 보니 제 연극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네요. 어땠나요. 선생님. 저 연기 잘하던가요? 무대 위에서 저는 행복해 보였나요? 제 무대를 보며 ‘완벽한 제자 김소담’은 아니더라도 ‘자랑스러운 제자 김소담’쯤은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걱정과 달리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 중이랍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아직도 저를 애로 보는 것 같지만, 중학교 때보다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선생님이 저에게 해주신 진심 어린 말들을 빠짐없이 다 이해하려고 아직도 노력 중이에요.

선생님 저는 이 편지로 조금이나마 제 진심을 선생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아직도 꿈을 꾸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아직은 이렇다 할 꿈이 딱히 없지만, 나중에 멋있는 사람이 돼 선생님께 꼭 맛있는 걸 사드리고 싶어요. 그때, 꼭 선생님께 “너는 예나 지금이나 자랑스러운 제자란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언제나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