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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3일(木)
판문점 선언 ‘국회 동의’ 요건 못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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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文-金회담 상징적 의미 크지만
헌법 60조 ‘비준’조항 적용 불가
헌재·법원도 ‘법적 성격’ 不인정

남북관계법 21조 적용하려면
‘국민 부담’ 구체화 先行돼야
北비핵화 여부는 근원적 변수


지난 2000·2007년의 1·2차 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된 데 비해 4·27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에 위치한 판문점에서 열렸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정전 상태의 종식과 평화체제의 수립을 선언했다. 올해 초 북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설이 국제사회에서 나돌았다는 점에서도 이번 회담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선언문에 명기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과 일부 야당은 대통령의 요청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회의 동의를 통해 향후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여당과 야당인 한국당의 입장 차이가 커서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 문제로 정치권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 비준을 위한 국회 동의 문제는 이 선언문의 법적 성격을 ‘국가 간 조약’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국내법에 따르면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법적으로 독립된 국가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는 대화의 파트너로 수용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국가 간의 정상회담에 준해 남북 정상회담의 법적 성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을 보면 제6조 제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두 정상이 합의한 문서이지만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으로는 볼 수 없다. 또한,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판문점 선언은 국가 간의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 문제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이 법 제21조는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과 남북합의서 비준을 위한 국무회의의 사전 심의를 규정하면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는 국회가 동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문제는 판문점 선언이 이 법 조항을 적용해야 할 대상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판문점 선언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선언문의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이전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남북합의서에 대해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신사협정으로 간주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판문점 선언의 내용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서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이른바 10·4선언의 내용을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하다. 다만, 이번 선언에서는 과거 정전체제의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실천적인 대책을 취하기로 한 것과 ‘핵(核)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이 추가됐다.

대통령은 과거 남북합의서들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법률적 효력을 갖고 추진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판문점 선언에 대한 법률적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이행하려면 재정 확보가 필요하고, 그 규모에 따라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려면 재정 부담의 ‘구체성’이 적시돼야 할 것이다.

훨씬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판문점 선언이 신사협정으로 그칠 것인지, 법률적 효력을 갖고 계획이 수립돼 추진될 것인지는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실행에 달려 있다. 지금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 여부보다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게 실천될 것이라는 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민의 희망이 국민적 신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적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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