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혐의 3명 구속영장 기각

법원 “혐의 다툼의 여지 있어”
검찰 “매우 유감… 계속 수사”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공작을 지시·이행한 혐의를 받았던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전·현직 협력사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모두 기각됐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갖가지 부당노동행위를 최일선에서 실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좌절되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날 “영장 기각에 굴하지 않겠다”며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윤모 삼성전자서비스 상무와 유모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 도모 양산서비스센터 대표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윤 상무에 대해 “조직적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2명의 협력사 대표에 대해선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윤 상무는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의 실무책임자로서 2013년 7월경부터 2015년 말까지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인 속칭 ‘그린화 작업’을 추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해운대센터를 포함해 각 지역센터의 위장폐업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원의 사망조차 ‘그린화 실적’으로 보고한 사실 등 사안이 매우 중하고, 증거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돼 별다른 다툼의 여지도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영장 기각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 규명을 위해 철저히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날도 삼성전자서비스의 임원급 간부를 포함해 사측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다. 수사팀 관계자는 “문건 등 자료를 확보하고 그 문건이 실행된 정황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혐의를 규명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서 내용이 부분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노조활동 방해 작업이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를 통해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임원급에 대한 수사는 아직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