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正統性 부인한 역사교과서 기준案 폐기하라

문재인 정부가 학생들을 ‘종북(從北) 역사관’으로까지 오도(誤導)하려 하고 있다. 교육부는 2일 발표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試案)에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正統性)과 정체성(正體性)을 사실상 부인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만든 보고서 형식의 시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울 검정(檢定)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서술되지 않는다. 현행 기준을 삭제하고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정부 모두 동등한 ‘합법’이라는 식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시한 헌법 취지부터 거스르는 처사다. 교육부는 “전문가 자문 결과, 유엔 결의에 대한민국은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단서가 붙어” 운운했지만, 명백한 왜곡이다. 김일성 정권이 수립된 상태에서 채택된 1948년 12월 12일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Ⅲ) 2항은 ‘한국인 대다수가 살고 있는 한반도 내 지역에 관해 유효한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진 합법 정부(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음을 선언한다’에 이어 ‘그리고 이것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그런 정부임을 선언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대한민국을 ‘38선 이남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강변했던 좌파 성향 학자로, 문 정부 들어 선임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도 자신의 오류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코드 전문가’들로 왜곡도 정당화하며, 종북적 역사 교과서로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꿔 표기하게 한 배경도 달리 있기 어렵다.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다원적인 민주주의를 지칭한다”고 교육부는 둘러댔으나,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위장하는 북한의 수사(修辭)인 인민민주주의까지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일 뿐이다. 북한의 정권 세습, 주민 인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포함한 무력 도발 등을 집필기준에서 삭제한 저의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그렇잖다면 헌법 전문(前文)에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으로 천명하고, 이를 제4조에서도 부연한 사실마저 외면했을 리 없다. 그런 기준으로 만들어서는 결코 대한민국의 역사 교과서일 수 없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반(反)대한민국으로 빗나간 시안을 폐기하고,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집필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문 정부의 헌법적 책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