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시청률 0%대·드라마 1%대…‘지상파 철밥통’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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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틀어놓기만 하면 5%’
케이블·종편에 밀려 판도 급변

광고료도 단가 격차 크게 줄어
인기 프로그램들엔 추월 당해

한국 야구계의 상징과 같던 타자 양준혁은 현역 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말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방송계에서 지상파 3사는 ‘틀어만 놔도 시청률 5%는 보장된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하지만 케이블 전성시대를 연 tvN이 등장한 지 12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방송가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지상파의 위기’의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채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1일 종방한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의 시청률은 1.5%(닐슨코리아 기준)까지 하락했다. 지상파 통틀어 최저 기록인 ‘맨홀’(1.4%)과 불과 0.1%포인트 차다. 또한 지난 3월 론칭된 KBS 2TV 예능 ‘건반 위의 하이에나’(사진)의 첫 방송 시청률은 0.9%. 결국 지난달 20일 8부작 만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 시청률 1%대, 예능 시청률 0%대가 지상파의 현실이 됐다.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살펴보면 ‘맨홀’과 ‘위대한 유혹자’ 외에 ‘20세기 소년소녀’·‘바보 같은 사랑’(1.8%), ‘사육신’(1.9%), ‘내 마음 반짝반짝’(2.0%), ‘발칙하게 고고’·‘태양은 가득히’(2.2%) 순이다. 하위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30편을 전수조사해보니 그중 20편이 2010년 이후 방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블, 종편채널이 상승세를 보이던 시기와 맞물린다.

중견 외주제작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요즘 편성 방송사를 찾을 때 tvN과 JTBC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지상파는 제작비를 크게 줄여 스타 기용도 어렵고, 능력 있는 외주 PD 참여 등을 막고 있어 메리트가 없다”며 “스타들도 보다 젊고 참신한 기획을 시도하고 출연료 협상도 용이한 비(非) 지상파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예능 역시 시즌제가 흐름을 주도하면서 장기 편성을 추구하는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됐다. 케이블, 종편에서 성공사례가 꾸준히 나오며 채널 인지도가 개선된 것도 지상파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유행에 민감한 광고 시장의 변화 역시 ‘지상파 철밥통’ 시대가 끝났음을 알린다. 15초 광고 1개당 단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나영석 존(zone)’의 경우 1개당 1400만 원에 육박해 지상파 광고료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넷플릭스, 유튜브 등 세계적인 채널 등이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며 파이를 더 잘게 쪼개는 형국이다.

tvN 관계자는 “금요일 저녁 시간에 시즌제 예능을 연이어 편성한 나영석 PD 존이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거두며 예능계의 판세가 뒤집혔다”며 “이제는 채널 인지도보다는 콘텐츠 싸움에서 앞서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