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때 쓴 인생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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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정원 / 이어 지음, 김의정 옮김 / 글항아리

청나라 초기에 이어(李漁)가 쓴 지식백과사전이자 양생서, 삶의 지혜와 철학, 실용적 지식을 담은 ‘한정우기(閑情偶寄)’를 번역한 것이다. 이어는 명말·청초의 작가이자 연출가 겸 극단 경영자였고, 전문 출판인이었다. 또 건축·가구제작·의복 등 생활의 전 영역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했던 예술가였다. ‘한정’이란 한가로운 감정, ‘우기’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기록이라는 의미가 있다. 16∼17세기 강남(江南)의 지식인들은 풍부한 물질문화를 문인의 관점에서 담론화했는데, 비주류 문인인 이어는 대중화의 방식으로 차별화해서 이 책을 썼다. 전통적 문인의 삶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문화시장에 뛰어들었던 이어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다. 책은 의식주 전반을 다룬 실용서적에 가깝다. 여인의 용모, 화장법, 옷 입기, 세수하기, 눈썹 그리기, 신발 고르기는 물론 침대, 책상, 서랍 등의 활용법을 소개했다. 등불, 접시, 편지지 등의 작은 소품도 빼놓지 않고 다뤘다. 음식 재료와 조리법도 소개했다. 번역자는 이 책이 물질문화가 범람하는 시대에 출현한 ‘사물’에 관한 기록이며, 생활미학의 서적이자 실용서라는 점을 주목한다. 792쪽, 3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