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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4일(金)
中, 부패·자본주의에 위기감… 낡은 마르크시즘 불러 ‘역주행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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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곳곳서 재조명 바람

1978년 개방뒤 서구이념 물결
젊은 세대는 자유주의에 압도

시진핑 “中, 공산주의 계승자”
신념 상실·黨 생존 해결 강조
黨 고위간부 등에 학습 지시

獨 지방정부 기념지폐 만들어
영국선 묘소찾는 젊은이 늘어
“마르크스, 구세주아닌 사상가”


‘중국 공산당원들에게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1818∼1883)가 1848년 발표한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표현을 패러디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기사 제목이다. 중국 공산당원들에게 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유령’이 된 것일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때문이다. 시 주석은 최근 공산당원들에게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대한 별도의 정치 학습을 지시했다.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25명도 170년 전 나온 팸플릿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시 주석은 정치국원들에게 “공산당 선언을 배우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신념을 강화하고,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적용해 현대 중국이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전 공산당원과 간부, 특히 고위간부들은 반드시 공산당 선언을 잘 학습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헌법과 당장(당헌)에 마르크스주의를 지도이념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산당원은 중앙당교에서 공산당 선언을 포함한 16개 마르크스 저작을 배워야 하고 대학에서도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 입문’을 필수과정으로 가르친다. 그런데 왜 다시 공산당 선언인가. 시 주석의 칭화(淸華)대 룸메이트이자 현 공산당 조직부장 겸 중앙당교 교장인 천시(陳希)는 지난해 11월 “공산당 간부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비현실적인 신기루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오히려 서구식 권력 분산과 다당제 개념을 더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물든 젊은층은 더 이상 공산주의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자유주의와 헌법 이념, 민주주의 등을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 입으로만 공산주의 이론을 들먹일 뿐 대부분 간부가 공산당 선언조차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가 심각한 위기감을 갖게 된 이유다. 중국 공산당 내 만연한 부패와 함께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 상실은 당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시 주석의 인식이다. 그는 공산당이 창당 정신에 충실하고 초기의 이데올로기적 순수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르크시즘을 포기하면 공산당의 영혼과 함께 노선도 잃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 선언 정신의 충실한 계승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정풍운동’으로 현재 중국 대학에서는 시민권과 보편적 가치, 사법 독립 등의 주제가 포함된 강의가 사라졌다.

시 주석은 중국 현실에 적용된 마르크스주의, 이른바 ‘중국화한 마르크스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정치국 회의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이론과 패턴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사회 진화 속에서도 여전히 진실인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러한 강조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고 있다는 역설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콩시립대 신 켄지 스타스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은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면서도 핵심 개념인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생산 방식, 임금 노동자, 자본가의 착취, 계급 투쟁 등의 개념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에는 부자들이 넘쳐나고 스타트업의 산실인 선전(深)의 경우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협상권, 파업권도 없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중국 노동조합 또한 노동자 권익 보호보다 사회 안정을 더 중시하고 있다. 지난 1일 노동절에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인 중국 전역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당국이 즉각 탄압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과 그가 주로 활동했던 영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최근 AFP통신은 이와 관련해 ‘마르크스의 혁명 유산을 놓고 독일이 둘로 갈라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구 서독과 구 동독 주민들이 마르크스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를 시장경제의 병폐를 예언한 선구적 학자로 추앙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를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낳은 원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이 마르크스 청동상을 독일 트리어시(市)에 선물하자 동독 체제의 희생자 관련 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트리어시 주민들도 의견이 갈리면서 시 의회가 투표까지 벌인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5일 청동상 제막식을 여는 트리어시 볼프람 라이베 시장은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독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독일 통일 이후 비로소 편견 없이 마르크스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리어시는 최근 3유로 가격에 가치가 ‘0유로’인 마르크스 기념 지폐를 판매하기도 했다.

인간 소외와 자본주의 몰락, 공산주의 도래 등을 예견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찬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긍정론은 자본주의의 인간 소외 현상과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커지는 양극화에 대해 마르크스주의가 경종을 울렸다고 주장한다.

dpa통신은 마르크스가 묻힌 영국 런던 북부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전 세계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한 마르크스를 발견한 젊은 세대가 ‘사상가 마르크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통신은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는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며 단순히 타당성 있는 지적을 한 사상가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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