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이기려 하면 잘 안 되는 게 골프… 동반자와 즐기는 잔치 돼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홍범 한국골프연습장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골프연습장 내 잭 니클라우스 골프 아카데미 타석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윤홍범 한국골프연습장협회 회장

전날 과음으로 스윙 ‘난사’하자
시작 몇 홀 만에 지갑 텅 비어
정신차린 후 6번째 홀 첫 파
7 ~ 9번째 홀 ‘사이클 버디’!
이후 동반자들 모두 와르르…

“사무실 문 열면 연습타석인데
사장의 연습 볼썽사나워 자제
라운드 너무 집중땐 대화 줄어
본인도 상대도 즐거움 몰라”

윤홍범(55) 한국골프연습장협회 회장은 “이기려고 덤비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게 골프”라고 말한다. 골프를 통해 늘 인생을 새로 배우고 있다는 윤 회장을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골프연습장 내 한국골프연습장협회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전국 7900여 개 골프연습장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수장을 맡은 지 4년이 됐다.

윤 회장은 협회장 공석으로 파행 운영 중이던 2014년 5월 사단법인 한국골프연습장협회 정기 총회에서 제7대 회장으로 선임됐고,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제8대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그동안 연습장협회에서 주관하는 27차례 테스트를 통과해 ‘한국골프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인원이 95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프로는 물론 취미생활로 도전하는 지원자가 많다”며 “의사나 사업가, 회계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매년 10∼20명 내외로 선발하는 테스트에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골프연습장 경영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연습장에 필요한 매트나 연습 공 등의 공동 구매를 통해 회원사들의 경비 절감을 꾀하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공동으로 프로 구인·구직을 활성화해 ‘헤드 헌팅’ 기능을 활성화하며 우수 연습장 인증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회장은 현재 골프아카데미를 통해 ‘명품 레슨’을 지향해온 잭 니클라우스 골프 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 코리아는 지난 1999년 미국 잭 니클라우스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선진 골프 교육 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초기에는 골프 레슨 회사로 시작해 골프연습장·종합스포츠센터·골프아카데미 운영, 골프대회 진행, 방송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골프연습장 5개와 골프아카데미 10개를 운영 중이며 소속 프로만 80명에 이른다. 1999년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 남서울골프장 입구 남서울골프연습장을 시작으로 2003년 워커힐 골프연습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아카데미를 인수했으며 수원 월드컵 스포츠센터, 세종시 골프연습장 등 5개의 골프연습장을 직영 중이다. 케이블 골프채널과 함께 ‘올 댓 스윙’ ‘DIY 스윙’이란 레슨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고 골프대회 기획, 운영도 하고 있다.

윤 회장의 골프 입문은 산은캐피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객들과 함께 필드에 나가려고 1996년 골프를 시작한 윤 회장은 외환위기 때 매크로 에셋 투자자문 이사로 근무했다. 이때까지 그의 골프 기량은 초보 수준을 갓 벗어난 정도였다. 자신이 담당하던 잭 니클라우스 골프아카데미가 경영난에 빠지자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2003년 투자자를 모집해 당시 남서울골프연습장을 비롯, 7개 연습장을 운영하던 잭 니클라우스 골프 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접하며 ‘골프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요즘도 70대 초반에서 80대 초반 정도의 기량을 유지하는 윤 회장은 이븐파 72타까지 쳐봤다. 2012년 11월 경기 용인의 화산골프장에서 열린 경영인 자선 골프대회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윤 회장은 “그동안 전반에 언더파까지 내려간 적은 많았지만, 후반에 무너지기 일쑤였다”면서 “그날은 퍼팅이 기가 막혔다”고 회상했다.

윤 회장의 골프 기록 중 내세울 만한 ‘사이클 버디’에 얽힌 에피소드 한 토막. 2012년 9월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 동 코스 7번(파3)-8번(파4)-9번 홀(파5)에서 사이클 버디를 작성했다. 한 최고경영자과정 골프모임이었지만, 전날 술을 너무 마셨기에 행여라도 ‘민폐’를 끼칠까 걱정부터 앞섰다. 우여곡절 끝에 골프장에 도착했지만, 시작부터 샷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헤매고 다녔다. 이때 일행 중 누군가가 긴장감이 조성되면 술이 금방 깰 것이라며 내기 골프를 제안했다. 이후 몇 홀 동안 ‘난사’ 수준으로 지갑이 텅 비게 됐다. ‘만세’를 부를 수도 없고, 돈을 빌리기도 그렇고. 일단 정신을 가다듬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6번 홀에서 ‘첫 파’가 나왔다. 윤 회장은 이후 7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달라졌다. 블랙스톤은 그린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코스. 그린에 올려도 오르막 2단을 남겨놓거나 내리막 2단을 내려가야 하는 등 어렵다. 이런 곳에서 8번과 9번 홀까지 버디를 뽑아내자 동반자들이 아연실색했다. 이후에는 동반자들이 모두 무너졌다.

윤 회장은 지난해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에서, 파 5홀에서 2온 후 퍼팅으로 이글을 뽑아내는 등 지금까지 이글을 7차례나 작성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라이버 샷을 200m 보내기가 버거웠다는 윤 회장은 “되레 비거리가 늘어났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백스윙 궤도를 낮고 길게 했더니 스윙 아크가 자연스레 커지면서 거리가 평소보다 20m가량 늘어났다는 설명. 윤 회장은 “(사무실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연습 타석이 있지만, 연습할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한다”면서 “사장이 고객들 앞에서 연습하는 모습이 볼썽사나울 것 같기도 하고, 출장도 많아 짬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골프에 집중할수록 상대와 즐기는 시간은 짧아진다”며 “골프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잔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도 ‘상대가 즐거워야 나도 즐거워진다’는 것은 진리라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