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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4일(金)
北의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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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지난 4월 개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국 단체관광객 3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문병을 가고, 시신 이송 열차 앞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깊이 속죄한다”는 파격적 사과를 해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희생자 중에 중국 지도층 인사나 가족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희생자들이 북핵을 지지하는 중국의 좌파 학자들이라고 전했고, 해외 중화권 매체들은 마오쩌둥(毛澤東) 손자 마오신위(毛新宇) 소장이 포함됐다는 추측보도를 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헛소문”이라고 일축했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마오신위가 베이징(北京)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그런데 정작 이 사건은 김정은 시대에도 개선되지 않은 북한 의료체계의 민낯을 드러내 줬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의 문병 사진을 보면, 환자 침대의 철제 손잡이가 황갈색으로 녹슬어 있고 중상자들에 대한 의료처치도 어설픈 수준이다. 희생자가 많았던 것도 교통사고 후 응급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일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사고 직후 흉부외과,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들을 의료장비와 함께 급파한 것도 북한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실태가 드러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1999∼2000년 의료봉사활동을 위해 방북한 독일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은 “정부 창고엔 특권층을 위한 의료품이 넘쳐 나지만, 일반 주민 병원엔 붕대는 물론 항생제도, 수술 도구도 없었다”고 저서 ‘미친 곳에서 쓴 일기’에서 고발한 바 있다. 2011년 평양과기대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한국계 미국 작가 수키 김도 저서 ‘평양의 영어 선생님’에서 묘향산 산행 중 미끄러진 외국인 교사가 평양 외국인 전용 병원을 갔는데 마취 없이 세 바늘을 꿰맸고, 항생제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수키 김의 책 원제는 ‘당신 없이 우리도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이다. 1950년대 김일성이 만든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주체사상 구호를 의역한 것인데, 이 말을 명심해야 할 사람은 김정은이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려면 ‘국민 없이 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빨리 핵과 생화학무기를 포기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체제가 지속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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