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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4일(金)
국정원, 모사드 작전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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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모사드 목숨 건 核 제거 작전
국가 安危에는 물불 안 가려
국정원, 정보기관 자격 의심

서훈 원장이 대북 협상 전면에
北 갑작스러운 ‘미소’ 의심해야
비핵화 檢證하고 또 검증해야


#장면1. 지난 2007년 7월 런던 시내 켄싱턴에 있는 호텔에서 한 투숙객이 로비로 내려와 대기 중인 차에 올랐다. 시리아 고급 장교인 그가 떠나자마자 두 남자가 특수장비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책상 위의 노트북을 켜고 ‘트로이 목마’ 소프트웨어를 심었다. 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격으로 컴퓨터를 살펴보던 이들은 깜짝 놀랐다. 파일로 저장된 사진들과 도면, 문서들은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추진하던 극비 핵개발 계획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에게 보고했고,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찾아가 입수 자료를 내밀고 시리아 핵 시설에 대한 공습을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이 못 미더워하자 모사드는 요원들을 핵시설로 보내 주변 흙을 채취, 방사성물질까지 확보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최종적으로 공습을 거부하자 이스라엘은 9월 5일 밤 F-15 10대를 동원해 핵시설을 폭격했다.

#장면2.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올 1월 모사드는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있는 평범한 창고에 특수요원을 침투시켜 0.5t 무게의 기밀문건 5만5000쪽과 CD 183장 등을 확보했다. ‘프로젝트 아마드’로 명명된 이 작전은 이란의 핵무기 생산 프로젝트였다. 2년 동안 이 창고를 감시한 모사드가 어떻게 적지에서 이 많은 자료를 고스란히 가져 나올 수 있었는지 아직 의문에 싸여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해 주변국의 핵 개발 징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사드의 노력과 목숨을 건 요원들의 헌신은 물론, 지도부의 끈기와 치밀함은 추종을 불허한다. 모사드가 하는 일이라면 초당적으로 지원해 주고 믿어주는 이스라엘 정치권의 뒷받침도 큰 힘이다. 몇 해 전 모사드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이 “예산은 어떻게 승인받는가”라고 질문하자 모사드 측은 “그런 것을 왜 승인받는가”라고 답해 머쓱해졌다고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공작과 비법, 암살도 불사하는데 어떻게 예산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간인들이 적폐를 청산한다며 국가 정보기관 컴퓨터를 뒤져 작전 내용을 살펴본다는 것은 모사드 기준으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보·공작 요원들에게 ‘야성(野性)’은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첩보 영화에 나오는 요원들의 헌신적이면서도 우직한 모습이 꼭 연출만은 아니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에서 ‘정보 야성’이 약화되다 못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 바람이 불고, 대대적인 숙정(肅正)이 이뤄지는 데다, 수장의 임기 5년이 철저히 보장되는 모사드와는 달리 국정원장은 수시로 교체되고 감옥에 가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니 당연한 귀결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적폐 청산’ 과정을 거친 데다 수사권 폐지 등 외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00여 명의 요원이 ‘수난’을 겪었고, 간첩이나 반(反)국가 사범 추적과 같은 ‘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힘들여 쌓은 정보 자산과 정보 네트워크의 붕괴도 심각할 것이다.

모사드는 국장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의 비밀조직이지만 국정원장은 대북 협상에 공개적으로 나선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서훈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자리에 배석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해왔던 만큼 당연한 모습으로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국정원이 북한을 상대로 모사드 식(式)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도 이를 검증하고 감시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이미 북한 내 지하시설이 1만 개에 달하고 축구공만 한 핵무기를 꼭꼭 숨겨 놓으면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정원이 진짜 해야 할 일은 북한의 의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는 일이다. 모사드가 모토로 삼고 있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잠언 11장 14절)는 경구처럼 지략을 펼칠 최선봉의 기관이 국정원인데 지금 모습은 어떤지 자문해 볼 일이다.

4·27 정상회담 이후 잔혹한 독재자 김정은은 ‘귀엽다’는 이미지로 변신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낯선 이들의 친절한 미소’를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할 곳이 국정원이다. 베테랑 요원들이 전 정권의 ‘부역자’로 낙인찍혀 인사 학살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누가 목숨을 건 작전을 펼치겠는가. 평화 무드가 넘쳐 흐를 때가 경각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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