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 對테러’… 檢공안부 무게 이동

부정적 인식 탈피위해 조정
노동·선거 분야 분리도 포함
7월 정기인사 앞서 개편할듯
일각에선 “시기 상조” 평가도

검찰이 ‘간첩잡기’에 편중됐던 종래 공안부를 대테러 업무 등 국가안보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전해졌다.

검찰 공안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위주의 자국민 대상 대북·방첩 활동에서 대테러 업무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의미다. 법무부 및 대검찰청은 이르면 7월 있을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검찰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며 우리나라 검찰 조직에 이를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SA는 자국의 첨단 기밀을 빼내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를 대상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국가 방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검찰 공안부 관계자는 “타국에 지원하는 전략자산이 우리에 대한 공격 무기로 변모하는 상황을 막는 일도 향후 공안부의 역할”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이 ‘대북보다 대테러’에 방점을 둔 새로운 공안부를 마련하는 이유는 공안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대공 업무를 하면서 간첩 사건을 조작한다는 이미지로는 더 이상 공안부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데 인식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공안 업무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안 업무의 범주를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어 개편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단체·선거 분야를 기존 공안부에서 떼어 내는 방안도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노동·단체·선거 등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안부 기능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특히 법무·검찰개혁위 내 외부 위원들이 노동 분야를 전담하는 수사 부서를 두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부 산하에서 노동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소된 공안사건(4만18건) 중 노동사건이 90.2%(3만6078건)를 차지했다. 반면 공안사건의 대명사격인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14명에 그쳤다. 당초 개혁위에서는 ‘공안’이라는 명칭을 바꾸는 방안까지 포함해 논의했지만, 이번 권고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안부 개편 논의는 시기상조란 주장이 제기된다.

법조 관계자는 “노동 사건 1만 건보다 국보법 위반 사건 한 건이 사회적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우·정유진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