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6.2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영화
[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8일(火)
졸업후 방황하는 청년-인생이 무료한 중년 여성 ‘위험한 밀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졸업

졸업은 보람되고 설레는 성취의 정점일까. 아니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시간의 서막일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67년 작 ‘졸업’(사진)의 주인공 벤자민(더스틴 호프먼)의 졸업은 후자에 가깝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스물한 살의 벤자민은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없는 무기력한 청춘이다. 유복한 아버지 덕에 좋은 집에서 일광욕을 하며 망상에 빠지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졸업 후 뭘 하며 살겠냐고 물어대는 부모와 이웃들 덕에 저택의 수영장은 인생으로부터 잠수하고 싶을 때 향하는 도피처일 뿐이다.

그런 벤자민에게 아버지 사업 파트너의 부인인 로빈슨(앤 밴크로프트)이 추파를 던진다. 로빈슨은 벤자민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그를 보고는 벤자민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며 차 열쇠를 쥐여준다. 집 앞에 내려주고도 여자의 유혹은 집요하게 계속된다. 도망치려는 벤자민을 잡고 로빈슨 부인은 굳이 집 안으로 데려가 술을 권하고 침실로 데려간다.

끝까지 거부하는 벤자민 앞에 로빈슨 부인은 옷을 벗고 알몸으로 나타난다. 벤자민은 자신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매력적인 중년 여자의 유혹에 결국 무너지려는 순간, 로빈슨 부인의 남편이 귀가하고 벤자민은 도망치듯 방을 떠난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강렬하다. 1960년대 전후 미국 사회, 특히 중산층의 고질적 허울과 이에 대한 풍자가 그대로 드러난다. 2차 세계대전 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향상되고 누구나 안정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지만 갑작스럽게 얻어진 윤택한 일상은 생존과 쟁취의 처절함을 잊게 했을 것이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젊은 남자와, 역시 좋은 교육을 받고 유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왔던 중년 여자의 성적 이끌림은 풍족과 나태의 교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의 남편 덕(?)에 무사히 첫 번째 유혹을 넘겼지만 “언제든 생각나면 연락하라”는 로빈슨 부인의 마지막 말을 잊지 못하고 호텔로 그를 불러낸다. 단숨에 달려온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 품에 안기고 싶어 주체를 못한다. 로빈슨 부인은 대화를 하고 싶다는 벤자민의 말을 자르며 크리스마스 포장지를 풀어헤치듯 벤자민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메마른 몸을 밀어 넣는다. 키스도 대화도 없는 공허한 섹스가 끝나고 벤자민은 끝도 없는 자괴감에, 그럼에도 자꾸만 헤아려지는 다음 만남에 괴롭고 슬프다.

이후 로빈슨 부인은 틈만 나면 벤자민을 불러내고 벤자민도 거절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일상에 그나마 조금은 내키는 일이 생긴 것이다. 후회와 죄의식으로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냐”는 부모의 심문은 또다시 탄식뿐인 로빈슨 부인과의 섹스를 찾게 만든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자기 혐오와 자위의 일상은 로빈슨 부인의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이 방학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중단된다. 의욕과 생기로 가득한 대학생 일레인의 등장은 어쩌면 벤자민의 방황을 ‘졸업’시켜 줄 구원이자 숙명일 것이다. 딸을 멀리하라는 로빈슨 부인의 질투와 협박으로 멀리하려 했지만 일레인과 있는 시간이면 벤자민은 오감(五感)이 기립하는 듯한 에너지가 넘친다. 일레인도 뭔가 불안해 보이는 벤자민과의 동행이 싫지 않다. 학교로, 기숙사로 밤낮을 따라다니는 그의 처절함은 결국 엄마와의 밀회까지 알고 있던 일레인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가 흐르는 이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그래서 더 뭉클하다. 며칠에 한 번씩 누리는 오르가슴으로 연명해 오던 벤자민이 처음으로 자아의 태동을 느낀 것이다.

벤자민의 부활은 나태와 관성의 ‘졸업’이자 생기 넘치는 세대교체의 서막을 그린다.

영화평론가
[ 많이 본 기사 ]
▶ ‘강진 여고생’ 용의자 제2휴대전화 사용 포착
▶ 잠자던 남편 성기 절단 아내 2심서 집유…남편 선처요청
▶ 강진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알몸에 부패 진행…립글로스..
▶ 中, 레이더 안잡히는 ‘비둘기 드론’ 새들도 속았다
▶ 각선미 뽐내는 미스코리아 후보자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실종 8일만에 시신으로 발견50代 사용 ‘제2폰’ 번호 확보사건 동기·공범 가능성 ‘열쇠’경찰선 ‘대포폰’ 여부도 조사시신 발견된 야산은 경..
mark잠자던 남편 성기 절단 아내 2심서 집유…남편 선처요청
mark강진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알몸에 부패 진행…립글로스 발견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자진귀국…경..
강진 매봉산서 발견된 시신 DNA, 실종 여고생으로..
軍 해상초계기 공개경쟁 대신 美 포세이돈 수의계..
line
special news 연예인 안 부럽네…인터넷 BJ들 TV 진출 활발
“BJ 자체가 좋은 콘텐츠…젊은 시청자 반응 좋아” TV 중심으로 활동하던 연예인들의 인터넷 방송 진출이..

line
中, 레이더 안잡히는 ‘비둘기 드론’ 새들도 속았다
윤곽 드러난 종부세…‘1가구 1주택자’ 구제案 나올..
“수소車 생태계 구축”… 民官 5년간 2조6000억 투자
photo_news
이재명 “김부선 거짓말 끝없어”…김부선 “불순..
photo_news
지드래곤, 군병원 특혜 입원 논란…YG “일반병..
line
[역사 속 ‘사랑과 운명’]
illust
“낭군님과 함께 있으니 세상 영욕 따위야”…18세 규수 ‘初夜의..
[인터넷 유머]
mark월드컵 아이슬란드 대표선수를 뽑은 방법 mark맞는 말씀
topnew_title
number 주유소 직원·택시기사를 벽돌로 ‘묻지마 폭행..
의정부 아파트서 보도블록 던진 범인은 초등..
盧탄핵 반대·정적과도 타협…‘政爭’ 아닌 ‘政..
남북,동·서해 軍통신선 복구 합의…함정간 핫..
韓日, 군함도 조선인 강제노역 인정 둘러싼..
hot_photo
‘붉은 행성’ 화성에 웬 푸른 모래..
hot_photo
각선미 뽐내는 미스코리아 후보..
hot_photo
6·25 전쟁 68주년… 휴전회담중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