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레제르비에, 명문 PSG 잡고 ‘프랑스판 童話’ 쓸까

내일 오전 프랑스컵 결승전

파리 생제르맹, 1부 리그 우승
年 예산 6956억원 ‘부자 구단’
카바니 등 건재… 4연패 노려

레제르비에 年 예산 26억원
네이마르 16일치 급여에 불과
창단 99년만에 첫 우승 도전

9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 열리는 프랑스 프로축구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축구협회컵) 결승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프랑스컵 4연패를 노리고, 방데 레제르비에는 1919년 창단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한다. 그런데 파리와 레제르비에의 전력은 ‘하늘과 땅’ 차이. 파리는 올 시즌 1부 리그에서 29승 5무 2패(승점 92)로 통산 7회 우승을 확정했고, 레제르비에는 3부 리그에서 17개 팀 중 13위(9승 12무 10패·승점 39)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1917년 프랑스컵이 출범한 뒤 3부 리그 소속 구단이 결승전에 오른 건 1995∼1996시즌의 님 올랭피크, 2000∼2001시즌의 아미앵 SC, 2011∼2012시즌의 쾨얼리 루앙에 이어 레제르비에가 4번째이며 3부 리그가 프랑스컵 정상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1999∼2000시즌엔 4부 리그인 칼레 RUFC가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역시 준우승에 만족했다.

올 시즌 프랑스컵은 특히 파리가 결승에 올랐기에 더욱 관심을 모은다. 파리는 카타르투자청 의장인 나세르 알 켈라이피가 회장을 맡고 있다. 손꼽히는 부자 구단. 파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고 이적료인 2억2200만 유로(2834억 원)에 네이마르, 역대 2위인 1억8000만 유로(2319억 원)에 킬리앙 음바페를 영입하면서 유럽의 톱 구단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파리의 연간 예산은 5억4000만 유로(6956억 원)이며 레제르비에는 200만 유로(약 26억 원)다. 파리의 운영비가 무려 270배나 많다. 레제르비에의 연간 예산 200만 유로는 파리의 슈퍼스타 네이마르의 16일 치 급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유럽 언론은 “두 구단의 덩치를 비교하면 이보다 더 극단적인 결승전은 없을 것” “올 시즌 프랑스컵 결승전 파트너는 축구 사상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파리는 네이마르가 중족골(발목과 발가락 사이의 뼈)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에딘손 카바니 등이 건재하다. 카바니는 올 시즌 1부 리그에서 28골을 넣어 플로리앙 사우빈(마르세유·20골)을 제치고 득점왕을 예약했다. 파리는 올 시즌 1부 리그 36경기에서 최다인 108득점을 올렸다. 반면 레제르비에는 3부 리그 31게임에서 36골에 넣었고, 최다 득점자는 7득점인 케빈 로슈토다.

올 시즌 프랑스컵 결승전은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다. 파리가 결승전의 홈팀인 셈. 파리는 올 시즌 홈에서 게임당 평균 4만6000여 명의 관중을 모았다. 반면 레제르비에의 홈 경기 평균 관중은 1500여 명에 그친다. 하지만 프랑스컵 결승 응원전에서 레제르비에는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BBC는 “레제르비에의 인구는 1만5933명이지만, 프랑스컵 결승전 입장권 중 1만5000장이 레제르비에 시민들에게 팔렸다”고 전했다. 시민 1명당 1장씩 결승전 티켓을 확보하며 레제르비에가 기적의 축구동화를 쓰길 고대하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