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형편없는 협상”… 이란 “美 탈퇴하면 후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로하니의 연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7일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여부 발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이란核협정 파기 여부 내일 결정… 전세계 긴장

“최악협정” 탈퇴 방침 고수 속
마크롱 등 유럽정상은 만류

로하니 “무기놓고 협상없다”
이스라엘·이란 일촉즉발 위기
WTI 배럴당 70달러… 1.5%↑
국제유가 42개월만에 최고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여부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이란은 물론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중동지역에서는 이란·이스라엘 간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7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체결된 이란 핵협정에 대해 ‘사상 최악의 협정’ ‘끔찍한 합의’라고 비난하며 탈퇴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는 협정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 시리아 내전 등 중동에서 이란의 역할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협정 파기를 공언해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매우 형편없이 협상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존 케리(전 국무장관)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 외교가 필요하지 않다”며 “그는 맨 처음 이런 난장판을 벌여 놓은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다른 협정 참가국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로서는 이란이 핵협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마지막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정 잔류를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파기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이 문제 삼는 부분을 감안해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절충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이란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 파기를 결정할 경우 이란은 즉시 핵 재무장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 “미국이 (협정에서) 이탈한다면 역사에 남을 후회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리 무기를 놓고 어느 누구와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무기와 미사일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핵협정에서 탈퇴해 대이란 제재를 재개할 경우 중동 정세는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핵협정 파기로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능성이 높은 당사자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지목된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은 지난 4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나서 이란 비밀 핵 활동 증거 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공개하는 등 미국의 핵협정 파기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으로 이란군 장교 7명이 숨지기도 해 양측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중동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서는 미국이 핵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대이란 경제제재에 돌입할 경우 원유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벌써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1달러(1.5%) 상승한 70.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30달러 상승한 76.17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이 3년 만에 핵협정을 파기하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추락해 강경 대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신뢰를 받길 기대한다면 핵협정 탈퇴는 큰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김남석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