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前에도 ‘댓글 폭탄’ 정황 더 확연해진 드루킹 사건

드루킹(김동원) 일당의 댓글 공작 실태는 갈수록 충격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7일 밝힌 바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문제와 관련해 지난 1월 17∼18일 676개 기사의 2만3000여 개 댓글에 2290개 ID를 동원해 210만 회가량 추천(공감) 클릭을 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100만 건 이상 조작했고,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댓글 폭탄’ 표현이 어울린다. 수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초기 부실수사 등 엉터리 수사 행태를 고려하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크다. 이미 재판이 시작된 드루킹 사건의 기소 내용이 기사 1건에 댓글 2개의 추천 조작이라고 하니, 기존 수사가 얼마나 코미디 수준인지 입증하고도 남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5·9 대통령선거 전(前)에도 조작이 있었을 정황이 더 확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최근 드루킹 측근 집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이들이 2016년 10월부터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하루에 100만 건 이상을 ‘공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드루킹이 대선 이전부터 개입했다면, 선거 정당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경수 의원 수사에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다. 지난 4∼5일 경찰 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던 김 의원은 “선플 운동을 하는 줄 알았지, 여론 조작하는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드루킹을 2016년 6월 이후 7∼8회 만났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대선 전인 같은 해 11월 25일부터 대선 이후인 2017년 10월까지 김 의원은 인터넷 기사 10건의 URL(기사 주소)을 보내며 ‘홍보해 주세요’라고 했고, 드루킹은 ‘처리하겠습니다’고 답변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해 4월 드루킹이 주도한 ‘경인선’ 모임에 가서 격려했고, 민주당이 대선 직후 선거법 사건 고소 취하 명단에 드루킹을 포함시킨 것 등도 예사롭지 않다. 드루킹은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등의 글도 남겼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더 커져 간다. 김 의원 수사는 수사인지 면죄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여당이 결백하다면 앞장서서 특검을 주장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