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무기계약직 48%↑… 파견·용역인력도 12% 늘어

공기업·공공기관 361곳 조사
비정규직 22% 줄어들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무기계약직이 48%나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비정규직은 줄였지만,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이를 무기계약직이나 소속외인력을 늘리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361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지난 3월 말 기준 고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총 45만6826명으로 지난해 초에 비해 6.0%(2만5746명) 늘어났다고 10일 밝혔다.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22.1%(8295명)나 감소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이 전년 대비 48.3%(1만1371명)나 늘었고, 파견, 용역 등 소속외인력도 12.1%(1만31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규직 증가율은 4.3%(1만2355명)로, 지난 2016년 4.2%와 비슷했다.

CEO스코어는 “정규직 증가율이 예년과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감소가 정규직 증가가 아닌 고스란히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 증가로 이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줄인 한국마사회는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3개월 간 비정규직을 2086명 감축했지만, 같은 기간 정규직을 1명 줄이고,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 감축 인원에 상응하는 1883명이나 증가시켰다. 소속외인력 역시 67명 늘렸다. 두 번째로 비정규직을 많이 줄인(1252명) 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을 1215명, 1080명 증가시키면서 오히려 고용불안정성은 심화됐다. 코레일테크는 비정규직을 859명 감축하는 대신 한 명도 없었던 무기계약직을 무려 539명이나 늘렸다. 비정규직 인원 감소 상위 10곳 중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8곳이 모두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을 정규직보다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무기계약직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체육산업개발이 상위권을 형성했고, 소속외인력의 경우 한국도로공사(8950명), 인천국제공항공사(1823명), 한국토지주택공사 순이었다.

한편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1062명), 근로복지공단(786명), 한국철도공사(549명) 순으로 나타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