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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9일(水)
세계화 탓 말아라…‘25년’동안 以前 120년만큼 경제성장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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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1월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⑮ ‘세계화 25년’의 明暗

극빈곤층 12억명 이상 급감
수명 늘고 유아사망률은 줄어
인류, 더 부유해지고 건강해져

재산분배는 세계곳곳서 악화
美 상위0.001% 6배 증가때
하위 50% 소득은 변화 없어

인터넷·통화량 대부분 로컬
상품 무역 등 증가세는 정체
세계화 사실상 보편화 안돼
모든 문제 ‘세계화 탓’ 무리



세계화를 탓하지 말아라

1990년도 초반, 세계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당시 하버드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대니 로드릭은 세계화를 “상품, 서비스 및 자본을 위한 시장의 국제적 통합”이라고 정의했다. 잘 알려진 신자유주의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화를 통해 정보, 상품 및 사람들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더 멀리, 빠르고 깊게, 또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화의 핑크빛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며 가장 열띤 토론 중 하나가 세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에 관한 논쟁이었다. 일부 경제학자는 세계화가 상품과 자본 그리고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세상은 더욱 부유하고 삶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경 없는 자본(footloose capital)으로 불평등은 물론이고, 지나친 공급과잉을 불러와 경제적 낭비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세계화라는 현상과 이와 관련된 경제적 효과에 대해 더욱 깊은 통찰과 평가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이러한 자료를 통해 좀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으며 찬성과 반대 입장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부유하고 건강해진 우리의 삶

세계화의 긍정적 영향의 하나로, 국제적 경제 환경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들 수 있다. 흐로닝언대의 앵거스 매디슨 프로젝트 경제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1인당 평균 실질 총생산은 1870년 1263달러에서 2015년 1만4574달러로 약 11배가 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140년이 넘는 기간 10배 넘는 성장을 한 것이 뭐가 그리 놀라운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중 약 40%가 넘는 성장이 1990년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70년부터 1990년까지 120년간 세계의 1인당 평균 실질 총생산량은 6971달러 증가에 그쳤으나, 1990년부터 25년 동안 6341달러가 증가하였다. 지난 25년간 세계 경제는 그 전 100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이로 인해 세계의 빈곤 문제 또한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0년, 세계 인구 중 하루 소비 내지는 소득이 1.9달러 이하인 인구는 19억6000만 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2015년에는 7억 명 정도로 감소한 것이다. 전 세계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빈곤율은 10% 미만이다. 1990년의 37%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삶의 질 또한 더욱 좋아졌다. 유엔에서 집계하는 인간개발지수(HDI)에 의하면, 국가별 평균 HDI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물론 국가와 지역별로 불평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대부분 국가는 예전보다 나은 경제와 사회적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평균 수명만 살펴보아도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도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52.57세였고, 1990년에는 65.24세였다. 2016년에는 72.04세로 늘어났다. 편차는 있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평균 수명은 예전보다 늘어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산업화와 무역으로 경제와 사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며 보건 위생 시설과 예방 접종의 발달, 그리고 빈곤의 해결로 보통 사람의 기본 수명이 증가했다.

유아사망률만 보아도 이러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전 세계 평균 유아사망률은 64.8%였으나 2016년에는 이 수치가 30.5%로 반 이상으로 감소되었다. 전 세계 예방접종 비율도 늘어났는데, 예를 들어 폐결핵 예방접종률은 1980년에 약 15%였지만 2015년에는 88%로 급상승했다. 폴리오의 경우 1980년에 22%, 홍역은 17%였다. 2015년에 들어서서는 두 가지 모두 85%가 넘었다. 세계인구가 더욱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삶의 조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한 불평등

분명히 전반적인 경제와 삶의 질은 지난 30년간 더욱 향상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향상된 경제적 부와 삶의 질이 사회 전체의 모든 계층에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2018년 3월 파리 경제대학원에서 출간한 세계불평등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여러 국가의 재산 분배를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그 결과, 많은 국가의 재산 불평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경우 상위 1%와 하위 50%가 차지하고 있는 재산 비율은 1990년도 이후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의 소득 상위 0.001%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소득이 6배 이상으로 증가하였지만 하위 50%의 소득은 같은 수준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의 하위 50% 소득은 줄어들었고 상위 1%의 소득은 증가하였다. 지역별로 다른 변화가 있는 것도 눈에 띄는데, 개발도상국인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브라질과 인도의 경우 하위 50%의 소득도 상위 1%와 같이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하위 50%의 소득 증가율은 상위 1% 증가율에 비해 낮았지만, 이 지역들만큼은 하위 50%의 소득도 상위 1%와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와 사회적 변화가 일부 사람에게만 적용되었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시장 체제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특별하고 다르게 태어난다. 그리고 시장은 이러한 개인의 특징을 인정하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사람에게만 보상을 해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냉정하게 탈락시킨다. 즉, 시장의 원칙은 냉정하면서도 공정하다는 점이다. 물론 공정한 시장에서는 완전한 정보와 완전한 경쟁이 가능해야만 한다. 이러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관여가 중요하다. 만약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불공정한 시장체제 때문에 악화되었다면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규제를 실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분배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시장 체제의 원칙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즉 시장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거나 정부의 부정당한 개입으로 불평등 문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을 도입해 독점기업을 파괴하는 규제는 장기적인 시장 원칙에 부합할 수 있지만 정부의 과다한 지출로 불필요한 공직을 만들어 부를 제공하는 방법은 시장 원리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시장 개입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규제와 적합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화의 현실

또한, 세계화 자체가 보편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욕대(NYU) 경영대학원의 판카즈 게마와트 교수는 많은 사람이 세계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게마와트 교수가 매년 출간하는 DHL 세계연결지수에 의하면, 국제전화 통화의 비율은 모든 전화 통화량의 3%밖에 되지 않는다.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통화를 포함하더라도 국제전화 통화 비율은 5% 이상을 넘지 못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이어진 국제적 네트워크만 해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 페이스북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용자 친구 중 약 10% 미만이 다른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인 인터넷 접속 또한 2005년 10%에서 2015년 22%로 증가하였지만 상상했던 수준보다는 낮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상품 무역의 경우 2005년이나 2015년이나 같은 23% 정도이고, 서비스 무역은 2005년 약 5.5%에서 2015년 6.5%로 겨우 1%포인트 증가하였다. 외국인 직접 투자율 또한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14%를 넘은 적이 없다. 국제여행은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약 12%에서 17%로 증가했지만 이민자들은 총인구의 3% 정도이고 유학생 비율은 약 2.2%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세계화의 가능성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세계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 세계화에 있어 국가마다 다른 경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16년에 진행한 세계화에 대한 주요국 여론조사에 의하면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그리스와 미국뿐이었고 네덜란드나 스웨덴, 독일, 영국 외 중국, 인도,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와 스페인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인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두가 세계화 탓을 하는 가운데, 이러한 결과가 놀라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파격적이지만은 않다. 국가마다 차별된 문화와 언어가 있고 아직까지 사람과 물건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데 여전히 다양한 규제와 문화 장벽에 부딪힌다. 이러한 장벽들이 완전히 깨지지 않는 한 세계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국한되어 있을 것이다. 세계화가 보편적이지 않다면, 지금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문제의 근원은 상당 부분 세계화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2018년 4월 18일자 28면 14회 참조)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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