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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9일(水)
“지도자는 急務 -先務 구분 잘해야”… 일자리 급해도 人材양성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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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과 순임금의 지혜는 먼저 해야 할 일을 미리 한 것에 있다. 오늘날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겠는가?”

재위 초반인 1426년에 세종이 요순의 일하는 법을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하면서 한 질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하려는 일이 ‘급무(急務)’인가 ‘선무(先務)’인가를 깊이 헤아리는 자세이고, ‘마땅히 힘써야 할 일’, 즉 선무를 빨리할 줄 아는 실행력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가져와 보면 어떨까? 2018년 대한민국 지도자가 빨리해야 할 선무는 무엇일까?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가 유길준의 뜻을 계승, ‘사(士)를 양성하는 단체라는 뜻’으로 흥사단(興士團)을 조직하면서 한 말이다. 안창호가 청년 문제를 민족의 선무로 보고 인재 교육을 중시한 것은 기본적으로 나이 많은 기성 인물을 변화시키는 일이 지극히 어렵다고 보았고, 또 “지금 나무를 심지 않으면 나중에 결실을 얻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창호는 ‘20세기의 세종’이라고 할 만큼 세종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청년을 끔찍이 아낀 점이다. 세종이 즉위한 지 4개월 만에(1418년 12월) 집현전을 설치하고, 젊은 인재들과 국가의 미래를 의논하여 준비한 것처럼, 안창호는 평양 대성학교를 열고(1907년) 흥사단을 창설하였다(1913년). “정치란 국민 각자가 저마다의 밥벌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국민을 유쾌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한 안창호는 이상촌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곳을 생생지락(生生之樂), 즉 세종이 말한 ‘일터가 즐거운 나라’로 가꿔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이상촌을 이룩한 후에는 먼저 사범강습소를 세우고 사범을 길러 … 개조의 초보를 실천할 것이요, 그다음에는 활판소를 설치하여 저술과 번역을 하고, 신문과 잡지를 많이 발행하여 우리 민족에게 우리 (흥사)단의 주의(主義)와 사교적 풍조를 넓혀줄 것이요, 이 촌에 있는 상점은 공동경영으로 하여 이(利)가 밖으로 유출치 못하게 하여야 할 것”이라는 구상이 그것이다. 공동의 교육, 출판, 경제, 공공시설 속에서 날로 지혜로워져 마침내 큰 인재로 자라나게 하려는 안창호의 구상 안에는 세종의 인재양성 방법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세종과 안창호가 비슷한 또 다른 점은 ‘준비’를 매우 강조했다는 것이다. 세종은 즉위 초의 상왕체제, 즉 부왕 태종이 군사권과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집현전을 세우고 성균관을 개혁하여 인재를 기르고 미래를 준비했다. 집현전 학사들에게 사가독서제라는 독서휴가제를 실시해 능력을 배양케 한 것은 유명하다. 성균관 유생들의 숙소를 온돌시설로 바꾸고 목욕탕을 만들게 하는가 하면, 의사를 상근하게 하는 등 복지시설을 대폭 확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인재는 정치를 잘하게 하는 본원이요, 학교는 사람을 만드는 터전”인 만큼 나라에서 인재를 흥기시키고 양성하는(興起作成) 일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안창호 역시 ‘인물 없음을 한하지 말고, 먼저 인물 되기에 힘쓰라’고 강조한 리더였다. 그는 청년들에게 헛된 꿈을 좇아다니기보다는 자기 실력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선무가 청년 일자리 해결이라는 데는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그런데 세종과 안창호가 강조한 것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청년들을 유능한 인재로 준비시키는 일이다. 일터에 나아갔을 때 제대로 맡은 임무를 수행해 낼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인성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로 키워내는 일이 더 급하고도 중요하다.

중·고등학교를 입시지옥 상태로 방치하고, 대학교육을 교육부 관리의 통제하에 맡겨둔 채로 일자리 수 늘리는 데만 주력한다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백년하청이 될 것이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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