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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9일(水)
5월 참취·곰취는 香의 제왕… 솜털 살아있는 것 골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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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쌉쌀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마법의 나물’ 취나물. 미식가들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의 향’이 살아 있는 제철 취나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녹색 선명한가, 뒷면 윤기있나
잎사귀에 이물질 없나 살펴야

마른 취는 줄기 가는 게 좋아
중국산은 굵고 색도 더 검은 편

섭씨 90도 3분 이내로 데쳐야
냉동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취나물은 가히 ‘나물의 여왕’이다. 거친 질감에서 오는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맛. 처음엔 쌉쌀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하게 바뀌는 마법의 나물. 헤어지기 싫은 듯 입안 가득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은은한 숲의 향기를 식탁에서 느끼게 하는 묘약 같은 나물이 바로 취나물이다.

자연에서 자생하는 취의 본고장은 강원도. 그런데 취나물 수요가 늘자 자연산이 아닌 키워서 먹는 취나물의 재배 기술도 발전했다. 산나물 가운데 재배 면적은 고사리, 더덕, 도라지, 두릅, 취나물 순이지만 생산량으로는 고사리, 더덕에 이어 취나물이 세 번째로 많다. 생산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도 강원도다.

재배 방법은 산이나 밭에 모종을 심어 기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배 기술이 발달해 수확 시기를 조절하면 거의 1년 내내 싱싱한 취나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제주, 경남, 전남에서는 겨울 재배도 한다. 참취 모를 땅이 얼기 전 캐내 뿌리만 밀봉, 장기간 저온 저장해 이듬해 7∼8월에 심으면 9월부터 11월까지도 수확한다. 취 종류는 다년생이므로 한곳에서 3∼4년간 수확이 가능하다. 많으면 1년에 8회까지도 수확한다.

흔히 취나물 하면 참취를 말한다. 그러나 곰취, 미역취, 개미취, 수리취도 취나물의 하나다. 식물학적으로 참취와 곰취는 다른 속(屬) 식물이지만 같은 취나물로 분류한다. 곤달비는 곰취 속 식물이기는 하지만 곰취와는 다른 종(種)이다. 곰취와 비교해 잎이 작고, 얇고, 향과 쓴맛이 적은 편이다. 곰취는 향이 뛰어나고 여러 가지 기능성이 밝혀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리적표시등록제에 따라 등록한 취나물도 있다. 강원 태백과 인제의 곰취, 울릉도의 미역취가 바로 그것이다. 태백 곰취는 강원도 해발 700m 이상 산간지역에서 생산한 곰취만을 지리적 특산품으로 출하하고 있다.

좋은 취나물은 어떻게 고를까?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의 조언을 들어본다. 날씨에 따라 취나물 주생산지가 북상해 충청권에서 강원권으로 이동하며, 5월이 되면 산에서 나오는 제철 취나물이 많아진다. 잎이 시들지 않고 싱싱한 것이 좋은 취나물이다. 녹색이 진하고 선명한 것, 잎사귀에 이물질이 많지 않고, 잎 뒷면이 윤기가 나고 작은 솜털이 살아 있는 것을 고르면 좋다. 지역별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자연산’ 취나물이 좀 더 고소하다.

묵나물인 마른 취나물은 줄기가 가는 것이 좋다. 부서진 것이 적고 잎이 엉켜 있지 않아야 좋다. 이물이 많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 중국산은 줄기가 굵고 색이 변한 것이 많이 섞여 있거나, 큰 잎도 많고 색도 더 검게 보인다.

취나물 소비가 늘며 중국에서 한 해 57t 정도 마른 취나물을 수입한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 취나물의 양이 수입량보다 훨씬 많다.

취나물 소비가 늘어난 데는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에서 한식당 ‘한마당’을 운영하는 손희진 셰프는 향긋한 취나물의 향과 구수한 된장 향은 궁합이 잘 맞는다며, 산과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들이 우리 음식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나물류로 발전해 된장찌개, 그리고 젓갈류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음식이 됐다고 말한다.

취나물의 향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수확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봄철에 나오는 참취와 곰취가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 또 부드럽고 연한 녹색을 띠고 이른 아침 수확한 제철 취나물이 뻣뻣하지 않고 향이 좋다.

취나물은 신선한 것을 사서 가능한 한 빨리 조리하는 것이 좋다. 손질은 색이 변한 잎과 억세고 질긴 줄기 부분을 떼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잎에 묻은 흙이나 이물질이 떨어지도록 물에 담그고 잘 씻어준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치고 건져내 찬물에 담근 후 물기를 꼭 짜낸다.

신선한 취나물은 다른 채소류와 마찬가지로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질이 떨어진다. 식물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여러 효소를 품고 있는데, 수확 후 색, 영양소, 향미를 변하게 해 본래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수분이 증발하고 효소 작용으로 색이 변하며 잎이 물러지고 부패하기도 한다. 바로 섭취할 수 없다면 끓는 물에 데쳐 말려두거나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데치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냉동 보관 전에 색을 변하게 하거나 조직을 무르게 하는 식물 효소의 활성을 잃게 하는 것이다. 섭씨 90도 기준 3분 이내로 하면 품질 유지에 좋다. 너무 오래 데치면 식물 조직이 물러지고 색도 변한다. 맛과 향이 변할 뿐 아니라 좋은 영양소가 물로 빠져나간다. 소금은 1% 정도 넣는데 식물체의 녹색 색소를 안정화해 색 변화를 막는다.

취나물은 삶아도 양이 크게 줄지 않는다. 그래서 굶주리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며 대가족 큰솥에 취나물을 그득 넣은 보리쌀 죽으로 허기를 면하던 것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 같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철이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나른하면서 춘곤증도 심신을 괴롭힌다. 이럴 때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무기질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쌉싸름한 향이 일품인 취나물 요리야말로 명약 중 명약이 아닐까.

신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오늘부터 식재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서현창의 아는 만큼 맛있다’를 연재한다.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식재료 산지와 유통 현장 이야기부터 구입 노하우 그리고 구매 이후 보존법과 조리 팁 등까지 소개한다. 집필을 맡은 서현창 교수는 서울대 식품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거쳐 1991년부터 신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후학들을 가르치면서도 올바른 먹거리 문화 보급을 위해 ‘흙살림연구소’ 연구위원장, 친환경 농민단체 사단법인 ‘흙살림’의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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