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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09일(水)
“젊은이들이 ‘농촌도 돈 된다’ 확신 갖게 하는게 제 역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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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역대 청장 중 드물게 연구직에서 기관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농촌이 원하는 연구를 농진청이 찾아야 한다는 소신이 강하다. 지난 2일 전북 전주 완산구 농생명로에 위치한 농진청 내 농업공학부 스마트 베드 온실에서 라 청장이 연구 중인 토마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1976년 농림부 9급으로 출발
2016년 농진청 차장 퇴임 후
文정부 출범과 함께 청장 복귀
農高 출신으로 차관급에 올라

“먹을 것이 넘치는 과잉의 시대
어떻게 하면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관심을 갖게 할지 고민”

“취임 전 전북대에서 석좌교수
학생들 목표없이 공부해 충격
이 분야 이렇게 하면 얼마 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니 통해”

“미래 농촌, 청년 유입에 성패
일자리 있으면 반드시 온다
농진청이 길잡이 역할 할 것”


라승용(62) 농촌진흥청장은 1시간 30분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줄곧 ‘일’ 얘기만 했다. ‘이번 인터뷰의 취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농업·농촌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청장님의 개인적인 인생사를 담기 위해서다’라고 사전에 고지를 했건만 질문마다 그의 답변은 결국 농진청과 관련한 ‘일’로 끝났다. 대놓고 ‘지방(전북 김제) 농고 출신이 어떻게 차관급에 오르게 됐는지 그런 얘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 있을 테니 좀 들려달라’고 하니, 그는 “내 개인적인 히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농진청 입사 이후에 대학에서 석·박사까지 다 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그 당시 우리 세대엔 누구나 처했던 상황이고 겪은 이야기여서 특별할 게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농진청장이라서 도드라져 보일 뿐이죠. 세상 사람들은 출발할 때 어떤 환경에서 시작했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의 머릿속은 일로 가득한 듯했다. 1976년 농림부 9급으로 공무원을 시작한 그는 방송통신대를 거쳐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주경야독(晝耕夜讀)’ ‘자수성가(自手成家)’의 대표적 인물로 농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2016년 12월 말 농진청 차장으로 공직을 떠났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해 7월 농진청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실력 있는 일벌레에다 자수성가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으니 새 정부의 첫 농진청장으로 부담 없는 인물인 셈이다. 특히 그의 ‘스토리’는 취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자극’이나 ‘방향’을 제시해줄 것 같은 기대감도 갖게 했다. 이런 이유에서 라 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마주 앉았지만 그는 ‘재미없는’ 일 얘기를 이어갔다. 특히 미래산업으로서 농업의 미래와 이에 대한 농진청의 역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던 차에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으로 어렵다는 말에 대해 “젊은이는 물론이고 국민이 농업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식량이 부족한 시절에는 태풍이 불어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게 매우 큰 뉴스였고, 국민의 관심도 컸지만 지금과 같은 과잉 시대에 농업은 큰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 청장은 “이처럼 풍족하고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에 젊은이들에게 농업·농촌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농진청이란 조직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최근 청년 실업과 농업·농촌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어 보였다. 농진청은 농촌진흥을 위한 시험·연구개발(R&D) 및 보급, 농식품산업 발전 연구지원 및 농업인의 지도·양성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된 기관이다. 업무 자체가 전문적이다. 라 청장은 “예전에 서울 지하철역에 농진청의 R&D를 통해 만든 누에 동충하초 관련 상품의 광고가 게시된 적이 있는데, 어느 젊은 친구가 광고를 물끄러미 보고 있기에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너 광고 밑에 적힌 농촌진흥청이 뭐하는 곳인지 아니’라고 물었는데, 이 친구가 대뜸 ‘저 음료수 만든 회사잖아요’라고 말합디다. 충격이었죠. 농진청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사·행정 연구기관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먹거리를 연구하는 기관에 대해 국민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속상할 만하다. 쌀이 남아돌아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판에 먹거리에 대한 간절함이 과거보다 떨어진다고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농진청이란 기관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재정립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농진청이 식량 안보뿐만 아니라 농업의 공익적 기능·가치들이 국민의 건강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며 “도시인들이 ‘농촌을 국민이 함께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할 때 농촌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이 농촌을 삶터, 일터, 쉼터로 생각한다면 농촌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도 우리 조직의 역할이며, 농산물의 생산 부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 조직의 역할·기능 변화를 얘기하던 도중 자연스레 요즘 젊은이들에게로 화제가 이어졌다. 그는 농진청장으로 취임하기 전 7개월 가까이 전북대에서 석좌교수로 지냈다. 짧은 캠퍼스 생활에서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석좌교수로 있는 동안 고정 강의를 개설하지 않고 특강 위주로 학생들을 만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그들이 대학에서 무슨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일과 직업의 차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일이 될 수 있지만, 직업은 경제적 이득을 수반해야 합니다. 농대에서 농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이 학문이 나에게 어떤 직업을 갖게 해줄지 알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각종 특강을 통해 직업을 찾으려면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토론했습니다.”

라 청장은 구체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농사를 지으라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힘든 데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농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내용의 특강을 진행했다. 최근 각광을 받는 스마트팜에 대해 얘기하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말했다. 새로운 직업군이 존재하며, 실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돈을 버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농진청장이 된 후 추진 중인 청년 농업인 육성 역시 막연하게 ‘몇 명 키우겠다’가 아니라 성공 사례를 먼저 분석한 뒤 성공 요인을 밝혀 실행 계획과 지원 방식을 만들어 냈다.

“강의를 접한 학생들은 이후 막연한 생각에 그치지 않고 목적을 위해 세부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 방법을 찾더군요. 대학 내에선 창업·창농을 원하는 학생도 많은데 이들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라 청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장 취임 후 농진청의 젊은 연구원과 대학생들을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들이 수시로 만나 대학생들이 창농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연구원들은 이에 대해 답이나 의견을 제시했다. 농진청은 과거 무작정 연구하고 이를 농업 현장에서 그냥 가져다 쓰라는 식으로 일했다. 라 청장은 이를 뒤집어 외부에서 어떤 연구를 원하는지 먼저 확인한 후 내부 연구자들이 연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 농업에서 원하는 연구를 농진청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미래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농업을 하면 즐겁고 돈이 된다고 생각해야 젊은이들이 들어옵니다. 그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게 농진청의 새로운 임무입니다. 농진청의 정책은 구호에 그칠 게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한 안내를 해야 합니다. 농촌에 일자리가 있으면 청년들은 분명 농촌에 남습니다.”

라 청장 역시 요즘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했다. 세상은 풍요로워졌고 더 이상 굶는 이는 없지만 젊은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그는 “우리 내부 젊은 직원들에게 ‘열심히 해라’ ‘희생해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을 한다”며 “어떻게 일할지 스스로 정리가 되면, 그게 완성됐을 때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미래를 바라보고 가지만, 스스로 잘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렇지만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보면 나 자신과 일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알 수 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은 스스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라 청장의 지론이다.

“과거엔 공무원들이 공공성과 공익성만 보고 일했죠. 법안을 입안하거나 관리하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성·효과성도 갖출 것을 요구받았죠. 그에 대한 평가도 엄격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이것도 뛰어넘어 스스로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설명할 수 없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해낼 수 있는 것이고, 해내야 합니다. 다만 협업·협의·소통을 통해 함께 일할 때 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래도 성공한 인생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 않나?’라고 떠보니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며 “요즘 청년들에겐 스스로 최면을 걸라고 주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원예특작과학원을 방문한 사례를 얘기했다. 13명 정도가 근무하는 곳으로 정규직 연구원도 있지만 젊은 비정규직 연구인력도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최근 세간의 관심이 높은 미세먼지 저감 식물 관련 연구로 바쁘다. 과거 생산 중심의 과제를 수행할 땐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

“이곳 비정규직 연구인력들과 일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보람을 느끼는 방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여러분의 실험 데이터로 국민이 미세먼지에서 벗어나 5년 더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느냐’며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최면을 걸라’고 말했습니다. 얘기가 끝날 무렵엔 연구원들이 사이비 교주한테 걸려든 것 같다며 웃더군요.”

라 청장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왔다. 항상 열정, 도전, 끈기, 정성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임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농업·농촌 현장에서 성공한 CEO들을 만난 소감을 말하며 그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리고 상대방과 공감하기 위해선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은 청장이 높은 사람이고,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니까 그들이 의외라고 느끼더군요. 그들의 연구에 관해 이해하고 이야기를 꺼내니 자기가 고민하는 것을 청장도 고민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말문을 열더군요. 풀리지 않는 연구를 놓고 의견 교환도 활발하게 했죠. 결국 젊은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기 위해선 나이 든 세대가 먼저 다가가는 게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주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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