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시민들 고초당했던 옛 상무대 영창에서 첫 특별 전시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0∼29일 광주 서구 옛 상무대 영창에서 열릴 특별전 ‘스물세개의 방 이야기’ 가운데 10번방에 전시될 작품 ‘나비의 꿈’.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시민이 끌려와 모진 고문을 당했던 장소인 광주 서구 옛 상무대 영창에서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오월 정신을 기리기 위한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그동안 상무대 영창에서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으며, 예술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8기념문화센터는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옛 상무대 영창 내 23개 방 전체를 활용해 ‘스물세개 방 이야기’라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23개 방은 헌병대 사무실 10개 방, 헌병대 식당, 영창, 법정, 중대 내무반 10개 방으로 구성돼 있다.

헌병대 사무실 10개 방에는 신군부의 쿠데타, 5·18이 일어난 배경부터 무자비한 시위 진압, 공수부대 집단 발포, 시민군 무장항쟁, 북한군 개입설, 헌혈과 주먹밥 나눔을 통한 공동체 구현, 윤상원과 시민들의 삶과 죽음, 암매장 발굴 현황 등에 이르기까지 5·18의 전개 과정이 글과 사진 위주로 전시돼 있다. 10번방 ‘진실의 방’에에는 5·18 당시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던 김선옥(여·60) 씨가 학생수습대책위원을 맡았다는 이유로 이곳에 끌려와 고문을 당했고, 여관에서 군 수사관에 의해 성폭행까지 당했던 사연도 소개된다. ‘진실의 방’에 들어서면 피해 여성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세상을 기원하는 뜻에서 꽃 그림 위로 노랑나비가 날아오르는 작품 ‘나비의 꿈’도 설치된다. 배경음악으로는 김 씨의 후배 음악인이 헌정한 곡 ‘평화의 소녀상’이 울려 퍼진다.

헌병대 식당에서는 ‘한 끼 식사가 다섯 숟갈도 안 됐다’는 등의 당시 수감자들의 증언이, 영창에는 당시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시민들의 증언이 글과 그림으로 묘사된다.

중대 내무반 10개 방에서는 당시 외신기자들의 활약상, 진실 규명에 앞장서온 문화운동의 역사, 5월 18일 프로야구 홈경기를 치를 수 없었던 해태 타이거즈 구단의 비사, 패배한 항쟁을 승리의 항쟁으로 부활시킨 역사 등이 글과 사진 위주로 전시된다. 특히 14번 방 ‘추모의 방’에서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 걸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온 독일 기자 힌츠페터 씨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스토리가 미공개된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관람객들이 5·18의 진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고 앞으로 이뤄질 5·18 진상 규명 작업에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