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욱 목사, ‘인문학을 하나님께’…신학과 인문학의 조화 새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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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인문학을 좋아했고 미친 듯이 독서를 했다. 지금도 하루에 1.5권 정도 읽고 정리를 한다. 특히 문학을 좋아했고, 문학을 전공하려까지 했다. 어느 시인이 문학을 가리켜 “목매달아 죽어도 좋을 나무”라고 했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대학 캠퍼스 시절부터는 인문학 서적을 읽고 그에 성경적 해석을 가하는 문서와 이메일을 20년 이상 보내오고 있다.’

한재욱 목사의 자기소개. ‘인문학을 하나님께’(규장 발행·사진)라는 책의 39쪽에 나온다. 미친 듯이 독서를 하는 게 자랑인 시대가 아니지만, 그는 그런 자신에게 자부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목사의 자부에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엄청난 독서량에서 나온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읽는 이를 흡인한다. 인문학이 창의적 사고와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 텍스트로 힘있게 설파한다.

시, 소설, 영화 등 동서고금의 명작을 30여 개 챕터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데, 그 세목의 앞부분만 봐도 독서와 사유의 폭을 짐작할 수 있다. 김춘수 ‘꽃’, 한병철 ‘피로사회’,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메리 셀리 ‘프랑켄슈타인’,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반칠환 ‘새해 첫 기적’, 로버트 프루스트 “가지 않는 길’….

저자는 현재 강남비전교회 담임 목사이며 3년째 극동방송에서 ‘인문학을 하나님께’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학에 미친 그가 여느 저술가와 다른 것은 인문학과 신학의 동행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무늬(人文), 즉 인간의 이야기인 인문학을 성경의 세계에서 해석함으로써 사람답게 사는 길이 하나님의 품 안에서 이뤄짐을 깨닫게 하는 것! 이 책은 그걸 시도하고 있다.

그에게 인문학은 하나님에게로 가는 길이기에 의미가 있다. 한 목사는 이렇게 썼다. ‘사회가 물질화, 기계화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본질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인문학은 본질을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참 본질은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있다. 무한한 힘을 가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도 변함없는 진리는 ‘예수님’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접한 후 ”역시, 목사님의 전도 책이구나“라는 반응을 할 수 있겠다. 어떤 이는 ”인간의 목소리로 참 복음을 전하는 책“으로 인정할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독자의 자유이겠으나, 한국 출판역사에서 아주 귀한 책이 나온 것만은 틀림없다.

한국 대표 지성인으로 노년에 신앙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어쩔 수 없는 존재의 틈들을 메꾸며, 지성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인도하는 데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