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안전교육 ‘대충’ - 안전벨트 이중점검 ‘全無’… ‘목숨건 飛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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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글라이딩 사고 무방비

체험 쉬워지며 사고도 급증
추락·충돌땐 ‘최소한 중상’

위험 ‘레드’등급… 최고 수준
업체 73%가 주의사항만 전달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추락사
보호대·안전복 지급도 안 해

지난해 7월 제주 여행 중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한 박모(여·38) 씨는 즐거운 여행이 끔찍한 기억으로 바뀌었다. 패러글라이딩업체 직원과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깃줄과 충돌한 것. 업체 직원은 이 사고로 숨졌고 박 씨는 다발성 골절과 감전으로 3도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레저 인구의 증가로 인해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 등 항공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 중인 패러글라이딩 클럽·스쿨은 61곳에 달한다. 유명 관광지라면 패러글라이딩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조종사와 함께 비행하기에 비교적 쉽게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씨의 경우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 관련 안전사고는 모두 34건이었다. 2013년 2건, 2014년 6건, 2015년 5건, 2016년 9건이었고 지난해에는 12건으로 증가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이 28건(충돌 10건, 날개접힘 2건, 원인미상 16건), 지면충돌이 6건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은 위험도가 높은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 장기손상 및 통증, 골절 등 중상으로 이어진다. 스포츠안전재단은 패러글라이딩을 포함해 스카이다이빙, 행글라이딩 등 항공 스포츠를 부상 수준별·등급별 분류에서 ‘레드’ 등급에 포함하고 있다. 축구, 자전거, 무도스포츠, 농구와 함께 가장 위험도가 높은 스포츠로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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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항공 스포츠를 즐긴 사람 중 부상 경험이 있는 경우는 약 19.7%였다. 부상 경험률은 다른 종목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부상 발생 시 개인 치료 비용이 가장 많았고, 3주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이 30.0%로 높은 편이었다.

항공 스포츠의 특징 중 하나는 부상자의 상당수가 초급자라는 점이다. 부상 경험이 있는 사람 중 72.3%가 초급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체 스포츠 평균(65.9%)보다 높다. 또 부상 경험자 중 대부분(96.1%)이 부상당할 당시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전문 지도자’나 ‘해당 종목을 잘 아는 숙련자’가 함께 있었다고 응답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처럼 전문가가 동승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친 부위는 머리가 37.7%로 가장 많다. 전체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머리 부상(19.9%)보다 훨씬 비중이 높다. 병원 치료를 받은 사례 중 수술 비율은 31.9%에 달한다. 수술 비율은 전체 스포츠 중 가장 높다. 여기에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도 24.6%에 달한다. 항공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가볍지 않다는 걸 뜻한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스포츠지만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이 전국 15개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 업체의 안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11개(73.3%) 업체의 안전교육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두로 안전교육을 진행한 업체는 2곳, 영상을 사용하는 업체는 1곳, 연습 비행을 한 업체는 1곳이었다. 나머지 11개 업체는 이륙 직전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쳐 이용자가 해당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항공법에서는 조종사가 비행 전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을 이용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안전장비 점검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육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 경험이 있는 직장인 박모(41) 씨는 “업체 직원이 같이 탄다는 말에 안심했고 별다른 교육도 받지 않았다”며 “비행 중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날개가 접힐 뻔했다. 당황했지만 대처 요령을 듣지 못해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비행 전 안전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사대상 업체 모두 조종사가 이용자의 안전벨트를 직접 매줬다. 하지만 다른 안전관리요원이나 이용자를 통해 안전벨트 상태를 이중점검하는 업체는 없었다. 안전벨트는 이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법적으로는 의무 사항이 아니어도 모든 벨트가 이상 없이 체결됐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2016년 10월에는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체험 비행을 한 50대 여성이 이륙 후 15m 상공에서 지면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2012년에도 비슷한 사고로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소비자원은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사고는 사전점검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줄여줄 보호장구 착용 실태도 미흡했다. 팔꿈치 보호대를 제공한 업체는 없었고, 안전화를 지급하는 업체는 1곳에 그쳤다. 상·하의 안전복의 경우 10곳이 이용자에게 지급했으나 상의만 제공하는 업체도 2곳이었고, 안전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업체도 3곳이나 됐다.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과 관련, 보호장구 착용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착륙장에 문제가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3곳은 양궁장, 도로, 주차장을 착륙장으로 이용해 착륙 시 이동하는 차량 또는 시설물과 충돌할 위험이 컸다. 12개 업체는 초지를 착륙장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2개는 자갈밭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상당한 3명 중 1명 정도는 33.1%가 ‘착지를 잘 못함’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환경적 요인으로는 ‘바닥이 미끄러웠음’이 41.5%로 가장 많았다.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을 위한 이착륙장은 법적 허가대상이 아니다.

동승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으나 8개 업체는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또 일부 업체는 사고 발생 시 실손 의료비만 보상한다고 고지해 업체의 책임을 과도하게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패러글라이딩 업체는 전문인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이 보험은 실손 의료비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장애에 대한 보상도 포함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업체에 보험약관을 요구하고 정확한 배상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