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복지’ 아르헨, IMF에 손 벌리고 뒤늦게 ‘親시장’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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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가치 폭락에 물가 폭등하자
300억달러 구제금융 신청한 뒤
外投유도 금융시장 개혁안 가결

규제기관이 기업이사 자르는 등
시장억압하던 적폐 결국‘대수술’
투자자들 아르헨 진출 확대 촉각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약 32조3700억 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가 결국 친(親)시장·친기업 정책으로 선회했다. 지지율이 줄자 경제개혁을 늦췄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하원은 이날 찬성 159표 대 반대 69표로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금융시장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시장규제기관 권한 축소와 뮤추얼펀드 및 해외투자기관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다. 과거에는 시장규제기관이 민간 기업 이사를 해임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폐지된다. 또 국내 저축·투자 활성화를 위해 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연계된 모기지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들의 새로운 자금 마련책도 창출할 계획이다.

자본시장이 역내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적은 이 나라에 친시장·친기업이라는 거센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이번 개혁안은 마크리 대통령이 추진해온 친시장주의 개혁의 핵심이다. 소비자 물가 폭등과 페소 환율 폭락이라는 극심한 위기에 봉착한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IMF와 3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IMF에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IMF와 첫 회의를 열고 협상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 두호브네 장관은 이 협상에 6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외국인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데 방점을 찍은 이번 개혁안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의 아르헨티나 시장 진출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혁안 가결로 아르헨티나가 모건스탠리 캐피털 국제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 지수는 6% 가까이 상승했다.

마크리는 2015년 말 당선되며 앞서 12년간 번갈아 집권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부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을 단절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세제 개편과 노동법 개정 등 여러 시장 친화적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복지가 줄자 지지율이 떨어졌고, 이를 인식한 마크리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 개혁 속도를 늦췄다. 지금껏 개혁 조치로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자만감도 감속에 일부 영향을 줬다. 현재 정부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가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아르헨티나를 지배해온 ‘페론주의’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페론주의는 1946∼1955년, 1973∼1974년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포퓰리즘 정치를 의미한다. 이들은 식량·주택·교육 등에서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중영합정책을 펼쳤다. 2003∼2015년 페르난데스 부부가 차례로 집권하며 페론주의는 부활했다. 페르난데스가 집권하던 2010년에는 9%대의 연간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하다 ‘성장률 부풀리기’ 논란마저 일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