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집회 방해 행위 방치한 경찰, 인권침해”

이른바 ‘알박기 집회’를 경찰이 방치한 행위는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지 못한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집회 신고를 먼저 낸 뒤 같은 장소에 집회를 신청한 측의 활동을 사실상 방해하는 행위를 내버려 둔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 자유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 사에 다니는 박모 씨는 2015년부터 2016년 5월까지 6차례 자신의 회사 앞 인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번번이 같은 장소에 먼저 집회를 신고한 회사의 방해를 받았고, 경찰이 제대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 사는 지난 2000년부터 365일 24시간 집회신고를 해왔으나 실제 집회를 연 날은 며칠 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다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알박기’ 집회라고 판단했다. A사는 회사 직원이나 용역직원 5∼6명이 흩어져 있다가 집회시도가 있으면 선 순위 집회 신고를 주장하며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식으로 방해했다. 경찰은 이를 적극적으로 조율하지 않았다. 해당 경찰서는 진정인의 집회를 불허한 적이 없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 분할을 권유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관할 경찰서가 후 순위 집회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평화적 집회·시위 보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지난 1월 A 사가 자신들의 선 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박 씨 등을 고소한 데 대해 “같은 장소에서 그 장소와 내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