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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가시권 들어온 北核사찰… 核실험장·우라늄농축시설 이어 ICBM 검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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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신고·은폐 대비 ‘美 + IAEA 사찰’ 가능성도

北서 신고한 시설 검증이 원칙
은닉된 장소는 찾기 쉽지 않아
비핵화 달성까진 지난한 과정

사찰후 北기술인력 해체·관리
옛소련에 적용한 ‘CTR’ 거론

임시사찰, 신고 맞는지만 검증
통상사찰, 비핵화 정기적 확인
특별사찰, 불시에 일방적 점검

2007년 北核사찰 44억원 들어
이번엔 영변 시설만 39억 추산


미·북 정상회담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됨에 따라 북핵 폐기의 핵심 절차가 될 핵사찰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과거 북한은 핵사찰 수용, 거부, 중단을 반복한 적이 있어 이번에 다시 핵사찰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혀도 실제 이행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미국 등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속히 핵사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핵사찰을 위한 초기 신고 과정에서 비밀 핵시설을 은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달성하기까지는 지난한 검증의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1 核사찰이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을 경우, 실제 핵무기 개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벌이는 활동을 말한다. 특수 기계 장비와 전문가 등을 동원해 현지에서 핵 활동 현황과 시설 등을 파악한다.

장비와 인력이 성공적인 핵사찰의 중요 요소지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해당 국가나 내부고발자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는 일이다. 광범위한 공간에 은닉된 핵물질과 핵시설을 제한된 기술과 인력으로 모두 찾아내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1985년 NPT에 가입한 북한은 1992년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핵사찰을 받았다. 그러나 1993년 NPT 탈퇴 성명을 발표한 뒤 핵무기 개발에 다시 나섰고, 이후 NPT 재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며 핵사찰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 사찰 주체는 누구

NPT 가입국에 대한 핵사찰은 일반적으로 IAEA가 담당한다. 하지만 북한이 NPT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북한 핵사찰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IAEA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북핵 고도화로 기존 IAEA 사찰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IAEA에만 맡겨두지 말고, 미국이 직접 사찰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도화될 대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비핵보유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핵사찰 주체를 핵보유국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를 국제적으로 공인하기 위해서는 핵사찰 주체가 IAEA가 돼야 하고, 미국 등 관계국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 3가지 사찰 방식

임시사찰과 일반(통상)사찰, 특별사찰 3가지가 있다.

임시사찰은 핵무기 개발 의심국이 IAEA에 핵시설과 핵물질을 신고할 때 IAEA가 신고 내역과 실제 보유 내역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입국이 신고한 플루토늄, 우라늄 등 핵물질과 원자로 가공공장, 재처리공장 등 시설, 계량기록과 작업기록 등을 점검한다. 주요 핵시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IAEA 사찰을 수용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찰 완료에도 3년이 넘게 걸린 만큼,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한 북한의 경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있다.

통상사찰은 비핵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찰이다. NPT에 정상적으로 가입한 국가가 사찰 대상이다. 사찰 내용은 핵물질 재고 파악, 봉인 및 감시장비 작동 점검 등 임시사찰과 차이가 별로 없고, 1년에 3∼4차례 실시한다.

특별사찰은 IAEA가 불시에 일방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찰제도다. 임시사찰 결과 신고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NPT 가입국이 의심 가는 시설에 대해 신고하지 않은 경우, 또는 통상사찰을 통해 핵 개발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포착한 경우 실시한다.

4 과거 시행 사례

가장 최근 핵사찰을 받은 나라는 이란이다. 핵무기 개발 의혹이 제기됐던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 등 서방 세계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받았다. 또 최초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이 제기됐을 때와 JCPOA 체결 과정에서 IAEA는 이란에 대해 핵사찰을 실시했다.

그 이전에 핵협상을 벌였던 국가들도 핵사찰을 수용한 바 있다. 핵폭탄 제조 및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실시 의혹을 받았던 남아공은 1990∼1991년 모든 핵무기와 HEU 관련 시설을 해체하면서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핵사찰을 받았다.

또 HEU 프로그램을 통한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이 제기됐던 리비아도 미·영과의 비밀협상을 통해 2003년 대량파괴무기(WMD) 포기 선언을 했고, 2004년에는 IAEA 추가의정서에 가입하며 핵사찰을 받았다.

5 비용 얼마나 들까

핵사찰에 관한 비용은 IAEA의 예산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IAEA는 지난 2007년 북한에 사찰단 방북을 승인하며 390만 유로(약 44억5000만 원)에 달하는 특별예산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사찰에 관한 비용은 핵사찰의 대상과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지며 관련 국가가 IAEA에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북한이 만약 핵사찰을 수용할 경우 사찰 인원과 관련 기자재 조달에 필요한 초기 비용 3억 엔(29억3000만 원)을 부담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단지 초기 사찰 비용만 약 3억5000만∼4억 엔(34억2000만∼39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새로운 시설로 사찰 대상이 확대되면 부담 비용을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집행은 IAEA를 통해 이뤄진다. 일본 정부는 IAEA에 거출해 놓은 자금에서 북한 핵사찰 초기 비용을 꺼내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 한계는 없나

IAEA의 핵사찰은 기본적으로 피사찰국이 신고한 핵시설 등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사찰국이 핵물질이나 핵시설 등을 축소해 신고할 경우 제대로 된 사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1991년 남북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실시된 1992년의 IAEA 북핵 사찰 당시 IAEA는 북한의 불법적 핵활동에 관한 특별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미국의 위성사진 공개로 북한에 은폐된 미신고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IAEA는 비슷한 시기 북한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해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과 IAEA의 추정치 간에 ‘중대한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런 사실들이 발각되자 북한은 사찰을 거부했고, 이후 NPT를 탈퇴했다.

7 유엔 상임이사국 참여할까

북한은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정도로 과거 남아공이나 리비아 같은 핵협상 국가들보다 핵무기 기술이 고도화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미 무기급 핵탄두 20∼30기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핵사찰은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IAEA의 사찰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NPT가 핵무기 보유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국 중 일부 국가의 핵 전문가들에 의한 사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비아도 2003년 말 핵무기 포기 선언을 하기 전 미국과 영국의 핵 전문가들에 의해 모든 핵물질과 핵장비, 그리고 핵프로그램을 조사받은 바 있다.

IAEA는 핵보유국들의 이 같은 조치 후 영변 핵단지 등 이미 공개된 시설에 대해 추가로 핵사찰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8사찰 대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사찰 대상에는 6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핵폐기물저장소 등이 포함된다. 영변의 핵시설에만 5㎿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 확인된 건물이 39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장거리 미사일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로켓도 사찰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생화학무기 등 WMD까지 폐기 대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군 당국은 1980년대부터 화학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북한이 현재 2500∼5000t 규모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에 WMD 검증까지 요구할 경우 북한은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연구·개발 시설까지 공개해야 하는 등 한 차원 더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9 北의 합의 파기 전력

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와 핵농축, 재처리시설을 갖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1993년 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며 이 약속을 파기했다. 1994년 10월 21일 미·북 양측이 도출한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2002년 북한이 HEU를 개발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양국 갈등 악화로 사문화됐다.

2003년 8월 가동되기 시작한 6자회담은 2005년 9월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에 북한이 6자회담 탈퇴로 맞대응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2012년 미·북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합의한 ‘2·29 합의’도 불과 2개월 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하며 사문화됐다.

10 北核사찰 이후 관리

북한의 비핵화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핵물질·시설의 폐기는 물론, 기술 인력 등의 재교육·이전 조치까지 이뤄져야 한다. 과거 구소련에 적용했던 ‘협력적 위협감축조치(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가 북한 비핵화 이후 핵 기술 인력을 관리해 나갈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CTR는 WMD 소유국 및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공동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핵 개발에 필요한 물질, 기술, 시설, 인력까지 해체·관리 대상에 둔다.

지난 1991년 미국 상원의 샘 넌, 리처드 루거 의원 주도로 탄생한 ‘넌-루거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CTR 사례로 꼽힌다. 당시 미국은 이 프로그램을 근거로 자금과 기술, 장비, 인력을 투자해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의 핵 기술 인력의 재취업 등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이들 중 일부는 이란의 핵 개발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준희·김영주·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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