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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런던 슈퍼리치, 땅밑에 방대한 ‘궁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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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첼시 지하에 있는 화려한 수영장(왼쪽부터), 노팅힐 소재 빌라 지하의 고급 홀, 켄싱턴 지하의 호화 거실. 영국 가디언 캡처

뉴캐슬대 연구팀, 7개 자치구 4650개 건축계획 분석해보니…

땅값 급격히 치솟자 지하 개발
총깊이 72층 건물의 50배 달해

체육관 1000개·수영장 376개
영화관 456개·242개 사우나…

지하 1층짜리‘일반형’3755곳
정원까지 확장‘메가형’112곳
수영장·마사지룸·연회장 갖춘
초호화 일반형‘지하실’도 눈길


▲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궁 북쪽 끝에 있는 시계탑 빅 벤.
현재 12개 지하철이 운행 중인 영국 수도 런던은 13번째 지하철 노선을 건설할 수 없을지 모른다. ‘슈퍼리치(super-rich)’가 한발 앞서 런던에 방대한 지하 세계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영화관은 물론 자동차 박물관과 인공해변까지. 살인적인 집값에 ‘토끼 집’에서 허덕이는 런던 서민들은 행여 바로 위를 지나가도 눈치채지 못하는 4650개의 세계가 런던 지하에 펼쳐지고 있다.

1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뉴캐슬대 세계 도시 연구팀은 켄싱턴·첼시, 웨스트민스터, 해머스미스·풀럼, 해링게이, 캠든, 이즐링턴, 원즈워스 등 런던 7개 자치구 지하시설을 정리, 도식화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승인된 4650개 지하시설 건축 계획을 분석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집에서도 ‘웰빙’을 즐길 수 있는 체육관이 1000개, 고급 수영장 376개, 개인 영화관은 456개가 발견됐다. 영화뿐 아니라 각종 매체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룸은 547개, 게임시설 및 다양한 여가 용도로 사용되는 방은 340개였다. 일과 후 뜨끈한 목욕과 함께 피로를 풀 수 있는 사우나 시설은 242개, 잠들기 전 한잔의 와인을 위한 저장고는 381개다. 바다에 가지 않고 런던 지하실에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믿길까. 런던 지하에는 인공해변까지 한 곳 있었고, 단순 주차장이 아닌 자동차 박물관도 존재했다. 연구팀은 “현행법은 허가가 난 지 3년 내에 건축을 시작하도록 돼 있지만 마감 기한이 없어 얼마나 완공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지하세계 건설을 이끄는 다양한 건축가 및 개발자들은 “승인된 계획 대부분이 이행됐다”고 털어놓았다.

슈퍼리치들의 지하세계는 △일반형 △확장형 △메가형으로 분류된다. 일반형은 3755개. 집 아래에 한 층 정도 있는 경우다. 보통 4~5개 정도 시설로 구성된다. 종종 여분의 방도 있지만 대부분 실용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783개가 존재하는 확장형은 적어도 지하 2층까지 건설해야 해당한다. 건물 아래 공간뿐 아니라 정원까지 등 지하 공간이 확장되는 특징이 있다. 대체로 수영장은 거뜬히 보유할 수 있는 크기다. 112개 지하실은 가장 큰 메가형이다. 지하로 3개 층이 존재하거나, 2개 층이지만 정원까지 공간이 뻗어 있는 경우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별명을 얻은 집도 있다. 깊이만 18m에 달하는 데다 집의 나머지 면적보다 훨씬 컸다. 켄싱턴·첼시의 한 집에는 지하 3개 층에 수영장 및 플런지풀(미니 수영장), 사우나뿐 아니라 한증막, 직원 숙소 등 종류별로 갖춰져 있었다. 일반형이지만 ‘극단의 럭셔리’가 갖춰진 곳도 있다. 캠든 프림로즈힐의 한 지하실에는 터키식·로마식 욕조, 일반 수영장 및 플런지풀, 흡연실, 마사지룸, 연회장 등이 자리한다. 연구팀은 이렇게 계획된 지하시설들의 총 깊이는 1만5289m로 런던의 대표적 고층건물인 72층짜리 ‘더 샤드’의 5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슈퍼리치들은 왜 지상이 아닌 지하 세계 건설에 열을 올리는 걸까. 전문가들은 땅값이 폭등하자 ‘땅밑’을 공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로저 버러 뉴캐슬대 교수는 “땅값이 매우 비싼 런던 대부분 지역에서는 집을 옆으로 확장하거나 층을 올리는 게 규제돼 있다. 결과적으로 런던의 슈퍼리치들은 지하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국가 및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의 2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280개 도시 중 영국 런던은 세 번째로 집값이 비싸다. 부동산 중개회사 록스톤의 베키 파테미 상무이사는 “5년 동안 우리 회사가 중개한 140개 건물 중 34%는 지하실이 있었다. 제일 비싼 집은 켄싱턴에서 2000만 파운드(292억9940만 원)에 팔리는 등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하층 건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웨스트민스터 지역 하원의원인 캐런 벅은 지하 개발 규제 강화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비교적 부유한 주민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지나친 지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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