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北核폐기 섣부른 환상 금물…정부· 언론· 정치권 냉정해야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핵시설 타격(코피작전) 가능성 등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국민 다수가 불안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 1월 1일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하면서 촉발된 남북 간의 평화 모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으로 이어졌고 과연 될까 조마조마했던 남북정상회담이 지난달 4월 27일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에서 개최돼 종전 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까지 이뤄졌다.

앞으로 있게 될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보면 남과 북은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돼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판문점 선언을 적극 환영하고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흥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려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에 걸쳐 권력 세습이 이뤄졌지만, 선대(김일성)부터 남북이 합의한 약속을 번번이 깨고 말았다. 할아버지(김일성) 시절의 7·4 남북공동선언과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아버지(김정일)시절의 6·15선언, 10·4선언 등이 북한의 도발로 휴지 조각이 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보면 이번 판문점 선언도 북한의 구체적인 핵 폐기 조치와 비무장지대 병력 철수 등 가시적 조치가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나 북한의 실질적인 핵 폐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한·미 공조와 우리 내부의 빈틈없는 안보 태세도 동반돼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일부 초·중·고에서 수학여행을 평양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지금은 일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이제 군대에 안 가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와 함께 입대를 연기하는 등 통일이 금방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어른도 여기에 동조해 안보를 소홀히 하는 언행을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정부나 언론, 정치권 모두 국민이 통일이나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갖지 않도록 냉정해야 할 것이다.

비록 전제를 달긴 했지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미군 철수 주장이나 전직 통일부 장관의 미국 전략자산 불가 발언 등은 신중해야 했다. 또 최근에 나오고 있는 국방부의 군 복무 기간 단축 발표도 대통령 임기 내에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 모든 의제는 북한의 핵 폐기와 비무장지대 병력 철수 등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진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평화는 우리가 원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전쟁을 각오하고 안보에 허점을 보이지 않을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금동·서울 노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