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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한반도 급류 본질은 善과 惡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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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연쇄 회담에 현란한 개념 난무
정세 어지러워도 본질 간단명료
核폐기 없으면 ‘종잇장 위 평화’

‘악의 제국’ 무너뜨린 레이건
한 손엔 비둘기, 다른 손엔 槍
文대통령이 바른 길 견인해야


급류를 건너본 사람은 안다. 발바닥으로 지형을 더듬고, 눈은 먼 산을 봐야 한다. 물결을 내려다보면 금방 어지럼에 휩싸인다. 감각을 총동원해 위험을 피하면서 신중하게 가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막연한 추정으로 불쑥 내딛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역사의 이런 급류에 들어섰다. 남북한은 물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상호 신뢰가 거의 없는 데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으니, 탁류에 소용돌이까지 휘몰아치는 형국이다. ‘발밑 디테일’과 ‘최종 목적지’에 집중해야 중심을 잃지 않는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행히 어지러운 외양과 달리 본질은 간단명료하다. 다음의 5원칙만 잊지 않으면 된다.

첫째, 핵심은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다. 각국 정상들의 회담과 통화 그리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평화체제 등 온갖 아이디어가 난무하지만, 핵 폐기 ‘완료’ 없이는 종잇장 위의 평화,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다. 미국 협상팀이 ‘영구적 폐기’(PVID)라는 명쾌한 개념을 제시했다. 여기에 집중하면 옳은 방향이고,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이다.

둘째, 우리가 선(善)이고 그들이 악(惡)이며, 결국 우리가 승리하고 그들이 패배한다는 확신이다. 냉전을 승리로 이끈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생각이었는데, 지금 한반도에 딱 들어맞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악의 제국’ 체제 경쟁은 이미 한 세대 전에 끝났다. 북한은 세습 왕조에다, 유엔이 국민보호책임(R2P)을 앞세워 개입해도 충분할 정도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체제가 핵무기로 한국과 세계를 겁박하는 것이 ‘악’ 아니면 무엇인가. 그렇다고 베트남식 적화통일 가능성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남북 격차가 그 이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종북 세력이 여전하지만, 북한 예술단 등에 대한 반응만 보더라도 다수 국민이 북한 체제를 선호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악에 굽실대지 말고, 당당히 대응하면 된다.

셋째, 김정은의 변화 의지는 믿을 만하며, 되돌릴 수도 없다. 강요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북 정상회담 실패는 김정은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이런 상황을 김정은의 결단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에 공(功)을 돌렸다. 그런데 ‘최대 지원’에 치중한 햇볕정책을 받들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압박 기조를 견지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넷째, 협상에 의한 통일은 환상이다. 가까이는 독일·베트남·예멘이 말해주고, 역사적으로 삼국통일 등 수많은 세계사의 사례가 있다. 통독이 무혈 통일이었다고 해서 협상 결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명백한 흡수 통일이다. 분단 장벽이 걷히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어느 한쪽으로 합쳐진다. 김정은도 잘 알기 때문에 많은 함정과 안전장치를 만들려 할 것이다. 여기에 빠져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섯째, 김정은의 미래는 3가지 중 하나다. 최상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처럼 체제 변환을 선도한 뒤 퇴장하는 것이다. 다음은, 독일식 흡수 통일을 수용하는 것이다.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처럼 형사 처벌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는,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처럼 끝까지 버티다 파국적 최후를 맞는 일이다. 베트남식 개혁도 만만치 않다. 도이모이를 30년 전에 시작했지만, 선진 기술을 따라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한탄이 나온다.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을 보면서 베트남 지도층이 하는 얘기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한국이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한다. 우선, 대화와 협상을 하더라도 섣불리 제재를 풀거나 군축을 추구해선 안 된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에 나서면서 “한 손에 비둘기를 들고 나선다면, 다른 손엔 반드시 창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START와 스타워즈구상(SDI)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 다음엔 북한 급변에 따른 대가와 희생을 줄이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통일 리더십은 김정은이 옳은 판단을 하도록 견인하는 데 발휘돼야 한다. 핵무기를 전면 포기하게 한 뒤 ‘박정희식 개발 독재’에 나서게 하면 좋다. 악은 결국 물리칠 대상이다. 타협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불가피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김정은 비위를 맞추려는 정책은 더 큰 해악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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