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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두 외국인의 고귀한 濟州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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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최근 보름 남짓 사이에 제주(濟州)에서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 두 명의 부음이 잇달아 전해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제주에 성이시돌 목장을 일군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의 선종 소식이 전해졌고,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일에는 제주에 김녕 미로공원을 만들어 운영하던 미국 교육자 겸 자선사업가 프레드릭 더스틴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맥그린치 신부는 90세. 그리고 더스틴 교수는 88세였다. 제주에 정착해 가난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거나 척박한 황무지를 개척했던 두 외국인은 죽어서 그토록 사랑했던 제주 땅에 묻혔다.

먼저 ‘임피제’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맥그린치 신부 얘기부터. 1951년 사제서품을 받은 맥그린치 신부는 1953년 부산에 왔다가 이듬해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 한림성당에 부임했다. 척박한 제주의 땅과 거센 바람에서 조국 아일랜드를 떠올렸던 것일까. 맥그린치는 척박한 황무지에 성이시돌 목장을 세워 거대한 목초지를 조성하고, 양모를 원료로 옷감을 짜는 수직 공장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단법인을 설립해 소외계층을 돕는 복지사업도 이끌었다. 병원과 경로당, 요양원, 유치원, 노인대학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제주 최초의 지역 신용협동조합과 가축은행도 그 무렵 시작됐다. 맥그린치는 척박한 자연조건의 제주가 4·3사건의 비극적 이념의 공간으로 버려졌을 때, 제주의 땅과 사람을 위해서 헌신했던 서양인이었다. 그는 평생 제주의 땅과 사람을 제 고향보다 더 사랑했다.

맥그린치 신부에 이어 지난 5일에는 제주에 김녕미로공원을 만든 더스틴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더스틴 교수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52년 미 8군 소속 연합군으로 6·25전쟁에 파병돼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종전 후 미국으로 되돌아간 그는 1955년 한국으로 다시 와서 연희대, 중앙대, 홍익대, 세종대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1971년 결혼을 계기로 제주에 정착한 더스틴 교수는 9년 동안 제주대에서 관광영어회화를 가르쳤다. 이후 세종대, 홍익대를 거쳐 1982년부터 다시 제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4년 퇴직한 그는 1995년 제주 김녕리 만장굴 인근에 자신이 직접 기획한 김녕미로공원을 만들었다. 1987년 영국에서 수입한 상록수 렐란디 나무를 심기 시작해 조성한 공원이었다. 그가 존경받는 건 공원을 만들어서 성공시킨 사업수완 때문이 아니라, 사업으로 얻은 수입을 지역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그가 미로공원을 운영하면서 제주대와 지역사회에 기부한 돈만 8억 원에 이른다. 그의 땀으로 자란 미로공원의 1300여 그루 상록수 렐란디, 그리고 생전에 그가 거두어 주었던 미로공원의 길고양이들도 그가 제주에 남기고 간 유산이다.

제주 곳곳에는 리조트와 호텔, 카지노가 들어서고 있고, 자고 나면 새로운 관광지가 만들어진다. 자본 유치에만 매달렸던 과거의 정책 탓이 적잖다. 제주는 이미 상업과 욕망으로 경쟁하는 다국적 자본의 치열한 격전장이다. 이런 전장에서는 ‘지면’ 곧 잊힌다. 그렇다면 제주를, 우리보다 더 사랑했던 벽안의 신부와 교수가 보여주었던 헌신의 삶을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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