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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1일(金)
‘北억류 국민’ 석방과 文대통령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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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외교부 인권대사

간첩 혐의와 적대행위 등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9일 오후 전격 석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귀환한 이들을 공항에서 직접 맞이했다. 미국인 인질 석방 문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례 방북 등 미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성공했다. 인권 중시의 자국민 보호 외교가 이룩한 쾌거라 할 만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합창과 샴페인을 터뜨리는 ‘보이기용 행사’는 있었지만, 북한에 억류된 6명의 한국인을 구출하려는 강력한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뒤늦게 설명했지만, 미국의 인질 송환 소식을 듣고 난 후 나온 ‘면피성 해명’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인권과 자국민 보호는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다. 정부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과 ‘개인’은 헌법 제3조(영토 조항)에 따라 남북한 주민을 모두 포함한다. 또 ‘보장’은, 지나가면서 ‘거론’하는 정도로는 달성할 수 없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인권 및 자국민 보호 사안은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당당하고도 집요하게 접근해야만 진전될 수 있다.

그런데 문 정부는 4·27 판문점 회담 이후의 남북 화해 무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북 전단 보내기’를 금지하려 한다. 전단은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수단의 하나다. 또, 표현(의사 전달)의 자유 실현, 또는 남북한 주민 간의 의사소통권 행사의 하나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를 뒤엎는 ‘반인권’ 태도를 보이고 있어 유감스럽다.

작금 북한 인권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으로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최종 책임은 김정은에게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총회는 2014년부터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북한의 최고지도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한편, 가해자들의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상회담이나 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국민 보호와 우리 국민의 일부인 북한 주민의 인권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통일’은 북핵 폐기나 교류·협력만으론 달성할 수 없다. 북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체제 가치의 유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평화적 통일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의 주된 통일 대상은 폭압적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 지도층이 아니라, 핍박을 받는 북한 주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헬무트 콜 총리는 1987년 9월 본에서 열린 4차 동서독 정상회담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1800만 동독 주민을 향해 통일과 자유, 인권을 강조했다. 정상회담 석상에서는 “동독 인권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베를린 장벽에서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을 압박했다. 이 같은 인권 개선 노력이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정신적·정치적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문 정부도 미국처럼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도 북한 인권 개선에 노력하는 균형 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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