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뺨맞은 화웨이, 한국·유럽 집중공략

안보 이유로 美시장 퇴출위기
호주·영국·인도 등 동참 나서
한국 등에 저가공세 강화할듯

단돈 3500달러(약 373만 원)로 설립된 중국기업 화웨이는 30년 만에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로 올라선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발(發) 안보 이슈에 휘청거리고 있다. 화웨이가 시장 확보를 위해 유럽, 한국 등에 저가 공세를 펼치는 요인이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이달 들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통신장비 판매를 막기 위한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내 군부대와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화웨이와 ZTE가 제조한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입김 아래에 있는 중국기업 제품이 해킹과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이 합동으로 자국민에게 중국 기업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미 호주와 영국, 인도 등에서는 안보상 이유를 들어 화웨이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2016년 4월 중국 통신장비에 대한 반덤핑 과세 기간을 5년 연장했다. 영국과 호주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계획을 보안상 이유로 접은 바 있다. 통신장비 대부분이 중국산인 베트남에서도 2016년 7월 노이바이 국제공항 전광판이 중국 해커들에게 공격받아 정보 일부가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안 우려가 고조됐다.

화웨이는 문이 닫힌 미국 대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는 그동안 경쟁 업체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연 매출 15%가량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 기술력을 쌓았다.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가족 승계와 상장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는데, 중국 공산당이 사내 당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최대 주주 명단도 공개되지 않아 기업 소유주의 실체는 여전히 숨겨져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