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금지한 레드카펫 직접 밟아보니…마치 배우된 듯 여유있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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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 “영화 집중” 강조
행사 지연·낙상 우려도 막아

칸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 뤼미에르극장 앞에 깔린 레드카펫은 세계 최고 영화제의 상징이다.

공식 초청작은 이 극장에서 프리미엄 상영회를 연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입장하기에 앞서 전 세계에서 온 영화인 관계자들이 먼저 레드카펫을 밟는다. 상영회 참석자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너나없이 레드카펫 위에서 ‘셀피’(셀프카메라)를 찍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뒷걸음질 치며 극장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셀피를 찍을 수 없다. ‘셀피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 전 기자회견을 통해 “칸에는 자기 자신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영화를 보러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영화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조치지만 입장이 늦어져 행사가 지체되는 것과 사진을 찍으며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도 방지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영화관계자들에게 배지를 발급하며 셀피 금지 카드(사진)도 나눠줬다.

11일(현지시간) ‘공작’ 상영회에 참석하며 영화제 복장 규정에 따라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갖춰 입고 셀피가 사라진 레드카펫 위를 걸어 들어갔다. 예년에 셀피를 찍으며 입장할 때와는 달리 여유가 느껴지며 마치 배우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계단을 올라 영화제 관계자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고 극장 안으로 들어서며 곧 상영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처음에는 셀피 금지령이 아쉽게 다가왔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남긴 것보다 더 진한 기억이 가슴에 새겨졌다.

칸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